[현장에서] "한국은 정말 소멸할까"

2023-12-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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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초반 직장인인 김모씨는 최근 이른바 '개모차'로 불리는 강아지 유모차를 샀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는 어려울 듯하니 개모차라도 사서 자신의 반려견을 편하게 데리고 다니자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요즘에는 유모차가 아닌 개모차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동네에서도 사람이 아닌 반려동물을 태워 산책하러 다니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면서 "거주하고 있는 다세대주택에서는 아이 울음소리가 아닌 개 울음소리만 들린다"고 말했다. 

저출산이 심각해진 것을 느끼고 있다는 김씨도 당장 결혼 생각에는 물음표가 그려진다고 했다. 그는 "유튜브 등에서 저출산의 심각성을 조명하는데 정말 이대로 가다간 우리나라가 소멸될 것 같다"면서도 "당장 먹고살기가 힘든데 결혼은 무리일 듯하다. 출산과 육아 또한 언감생심"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는 심상치 않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 시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한국의 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할 정도다. NYT는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명을 기록했다며 한국은 선진국들이 안고 있는 인구감소 문제에 있어 두드러진 사례연구 대상국이라고 했다. 한국의 출산율이 극단적으로 낮다는 점을 비유한 것이다.

실제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1년 전보다 0.1명 줄었다. 분기 출산율이 0.7명까지 떨어진 건 이번이 세 번째다. 과거 통계에 비춰볼 때 상황은 더 심각하다. 작년만 해도 출산율은 2분기(0.75명)보다 3분기(0.8명)에 높았지만 올해는 3분기에도 반등에 실패한 상황이다. 통상 4분기에는 출산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4분기 출산율이 0.6명대로 떨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4분기 출산율이 0.6명대로 떨어진다면 출산율 하락 속도는 정부 예상보다 빨라지게 된다. 정부는 올해 예상 출산율을 0.73명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전망대로 가려면 올해 4분기 출산율이 최소 0.71명은 돼야 한다. 

지난 9월 기준 출생아 수도 통계 작성 이래 9월 기준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고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결혼건수도 다시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우리나라가 적절한 정책 대응으로 출산율을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2050년께 성장률이 0% 이하로 추락하고, 2070년께는 총인구가 4000만명을 밑돌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경고도 나왔다. 저출산 영향으로 2017년생인 내년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가 사상 처음으로 40만명 밑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인구소멸'의 갈림길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확대, 자녀세액공제 확대 등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의결했다. 내년부터 신혼부부에게는 최대 3억원까지 증여세가 공제된다. 여기에 사회적 약자인 미혼 출산 가구 지원도 더했다. 미혼이어도 아이를 낳으면 최대 1억5000만원까지는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저출산 대책 일환이라고 하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심스럽다. 일정 부분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안 하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인데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도 아이를 키울 만한 집은 비싸고 중소기업에서 육아휴직은 꿈만 같고 육아휴직 후 복직하면 차별받고 사교육비는 여전히 부담스럽고 그런데 매달 월급은 통장을 스쳐갈 뿐이다.

판에 박힌 정책으로는 망국병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더 강력한 대책이 없으면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적어도 우리나라 인구수가 14세기 흑사병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은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최예지 기자
최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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