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가 '내수' 꼬리표를 떼고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한다. 미국과 베트남을 전략 거점으로 정하고 시장 공략에 속도는 낸다.
오뚜기의 해외 매출 비중은 10% 미만이다. K-푸드 열풍으로 상당수 식품기업들의 해외에서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을 거둬들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오뚜기의 글로벌 공략 배경 역시 내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지난 3분기에 미국에 '오뚜기 푸드 아메리카(OTTOGI FOOD AMERICA)'를 설립하고 현재 생산공장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오뚜기 푸드 아메리카는 '오뚜기 아메리카 홀딩스(OTTOGI AMERICA HOLDINGS)'의 100% 자회사다. 그동안 오뚜기는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해왔다. 2005년에 설립한 오뚜기 아메리카 홀딩스는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의 현지 판매를 전담했지만 올해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직접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아직까지 미국 생산 품목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오뚜기의 주요 수출 품목인 라면, 즉석밥, 피자 등 냉동 가정간편식(HMR)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오뚜기는 최근 기존 글로벌사업부를 글로벌사업본부로 격상시키고 사돈인 김경호씨를 글로벌사업본부장(부사장)에 앉혔다. 김경호 부사장은 LG전자 출신으로 함영준 회장의 맏딸인 함연지씨의 시아버지이자 글로벌 전문가로 통한다. LG전자 근무 당시 유럽 B2B법인장, 유럽 BS담당 등을 맡은 경험이 있다.
업계에서는 함 회장이 사위인 김재우씨에게 '오뚜기 푸드 아메리카'를 맡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함연지씨의 남편인 김재우씨는 2018년에 오뚜기에 입사했다. 이후 미국 유학으로 휴직했다가 현재 글로벌사업본부에 재직 중이다.
오너 3세인 함연지씨의 등판설도 나온다. 앞서 연지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미국행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한국 식품을 알려야 한다는 큰 소명의식이 생겼다"며 "가장 큰 시장인 미국, 그리고 중심인 LA에서 현장을 배워보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오뚜기가 글로벌 시장에 상당히 공을 들이는 것은 그만큼 내수로선 더 이상 높은 성장률을 기대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뚜기의 국내 매출 비중은 90%인 반면, 해외 매출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실제로 올해 3분기 누적으로 해외 매출 비중(연결 기준)은 9.5%(2493억원)에 그쳤다. K-푸드 열풍으로 농심, 삼양식품 등 경쟁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과 달리, 오뚜기는 '10%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오뚜기의 해외 매출 비중은 11.4%였다.
오뚜기는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오뚜기 관계자는 "미국과 베트남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면서 "라면뿐만 아니라 냉동 간편식 등 제품 경쟁력을 갖춘 만큼 미국은 K-푸드 열풍에 맞게 제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베트남은 현지화 전략으로 현지 소비자 입맛을 공략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