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1%로 하향 조정하고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중동 전쟁 등 국제 요인을 고려해 더 올렸다. 경기 회복이 기대에 못 미치는 가운데 민생고가 지속될 수 있다는 신호다.
현재 3.5%인 기준금리는 미국의 금리 정점론과 가계부채 문제, 고물가 상황 등을 복합적으로 따져 7연속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
한은은 30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발표했다. 앞서 지난 8월 발표한 수치보다 0.1%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4%로 동일했다.
한은은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4%에서 2.6%로 0.2%포인트 올려 잡았다. 다만 유가 변동성을 최대 변수로 꼽았다. 이 총재는 물가 경로가 지난 8월보다 상향 조정된 데 대해 '일시적'이라고 평가했다. 기조적 변화는 없는 만큼 금리 인상 요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한은은 이날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종료 기대감과 예상보다 지연된 경기 회복세 등이 맞물려 내년 1월까지 3.5% 금리가 유지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지난 2월 이후 일곱 번째다.
한은은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2.0%)로 수렴하는 시점을 내년 말 혹은 2025년 초로 내다봤다. 물가가 확실히 잡혔다는 판단이 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가계부채 증가 추이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여파나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점을 고려할 때 현 긴축 수준을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