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와 날씨 영향으로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계 소득이 2분기 연속으로 전년 대비 줄어들었다. 다만 지난해 물가 상승분이 반영되면서 기초·노령연금 등 수령액이 늘어난 덕에 근근이 버티는 상황이다.
30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1분위 가구 소득은 112만2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7% 줄었다. 1분위 가구 소득 감소는 올해 2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이어졌다. 1분위 가구 소득이 두 분기 연속 줄어든 것은 2018년 이후 처음이다.
1분위 가구가 더 가난해진 건 근로소득 감소 영향이다. 1분위 가구 근로소득은 26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줄었다. 3분기 기준으로 살펴보면 2020년 16.0% 감소한 뒤 2021년 22.6%, 2022년 21.1% 증가했지만 3년 만에 다시 감소세로 전환됐다.
사업소득도 13만3000원으로 12.7% 뒷걸음질했다. 3분기 기준으로 2021년 20.7%, 2022년 22.5% 등 20%대 증가율을 보이다 올 들어 다시 줄었다.
특히 1분위 가구 비소비지출 중 소득세·재산세 등 경상조세는 24.1%, 연금기여금은 19.7%, 사회보험은 28.2% 각각 하락했다. 근로자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자영업자는 소득이 감소해 세금조차 적게 납부했다는 의미다.
근로소득 감소는 1분위 가구 특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건설 현장 등에서 임시직과 일용직으로 일하는 비중이 높은데 최근 건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일감 자체를 찾기 힘든 상태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건설 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48.4% 급감했다. 경기 둔화세가 이어지면 근로소득 감소 국면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날씨도 악영향을 미쳤다. 1분위에 속하는 자영업자 가운데 농가 비중이 높은데 여름철 호우 피해로 인해 농산물 출하에 문제가 생기거나 생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득이 줄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그나마 근로소득 감소분을 상쇄한 건 공적이전소득이다. 공적이전소득은 비경제적 활동으로 얻은 수입 중 공공 영역에서 지급하는 수당·연금·급여 등을 일컫는다.
1분위 가구 공적이전소득은 지난해보다 8.1% 증가한 51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소득 중 절반 이상이 공적이전소득으로 발생했다는 의미다
통계청 관계자는 "기초연금과 노령연금 등 각종 연금 지급액은 소비자물가과 연동한다"며 "지난해 물가가 급등한 게 반영돼 이전소득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분위 가구 소득 증진을 위한 장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자 은퇴층 빈곤율이 높아 가족 부양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일자리 확보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자리 질이 낮으면 소득도 적어지는 만큼 단기적인 대책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다른 국가보다 약한 복지 상황을 감안하면 적극적인 재정 정책 추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