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귀재’ 워런 버핏(93)과 함께 버크셔해서웨이(이하 버크셔)를 반백 년 간 이끈 찰리 멍거(99) 부회장의 사망으로 버크셔의 후계자 구도가 주목받고 있다. 그간 버킷과 멍거의 그림자에 가려졌던 후계자들이 서서히 전면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버크셔의 비보험 사업과 보험 사업을 각각 감독하는 그렉 아벨(61)과 아지트 자인(72)이 버핏의 오른팔이 될 것으로 보도했다.
아벨과 자인 둘은 2018년에 부회장직에 올랐다. 버핏은 2013년 영상을 통해 아벨을 ‘일류 인간’, 자인을 ‘슈퍼스타’라고 칭하며 둘 모두를 칭찬했다. 그러나 아벨과 자인의 관계는 버핏과 멍거와는 다르다.
2021년 연례 주주총회에서 둘이 어떻게 소통하는지와 관련한 질문에 자인은 “우리는 워런과 찰리만큼 자주 교류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워런과 찰리의 관계는 ‘독특하다’고 짚으며 “(본인과 아벨은) 분기마다 각자의 사업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아벨은 둘이 정기적으로 만나지만, 버크셔의 자회사 중 한 곳에서 일이 발생했을 때 특히 그렇다고 했다.
버크셔는 최소한 2006년부터 승계 계획을 마련했다고 밝혀 왔다. 당시 75세였던 버핏은 버크셔가 본인의 퇴임을 준비할 것이라고 주주들에게 말했다. 특히 멍거는 2021년 연례 주총에서 무심코 아벨이 최고경영자(CEO)로 낙점됐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아벨이 CEO에 오르더라도 자인은 보험 사업 감독권을 유지할 전망이다.
아벨은 1948년 앨버타대학교를 졸업하고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에너지 회사인 칼에너지에서 근무했다. 1992년에 미드아메리칸에너지에 입사한 후 버크셔가 이 회사를 2000년에 인수하면서 버크셔에 합류하게 됐다. 2008년 아벨은 미드아메리칸의 CEO에 오르며, 사명을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BHE)로 변경했다. 아벨은 BHE의 연 매출을 크게 키워내면서 버핏의 인정을 받았다.
로이터는 아벨이 버크셔의 기업 문화를 완전히 수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버크셔의 기업 문화는 자회사에 최대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각각 수만명의 직원을 보유한 BNSF철도 및 자동차 보험사 게이코(Geico)같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직원이 126명뿐인 보석 유통사 보르샤임(Borsheims Jewelry)같은 소규모 기업도 직원이 26명인 버크셔 본사의 간섭 없이 운영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인도에서 태어난 자인은 자연재해 등 재보험 전문가다. 그는 1986년에 버크셔에 입사했다. 버핏의 장남인 하워드 버핏은 버핏 사망 후 비상임 회장에 올라 버크셔의 문화와 가치를 지키는 일을 맡을 예정이다. 테드 웨슬러와 토드 콤스는 3000억 달러에 달하는 버크셔의 포트폴리오 운영을 감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스미드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빌 스미드는 “버크셔에는 주식 선택을 도울 수 있는 재능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서도 “결코 예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크셔의 연례 주총이 ‘자본가들의 우드스탁’이라는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버핏과 멍거는 주총에서 5시간 넘게 주주들과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20년 5월 연례 주총에 멍거가 참석하지 않자, 버핏은 “내 60년 파트너인 찰리 멍거가 이 자리에 없으니 주총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