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가 이달 말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를 자국산 석유 및 천연가스 판매를 위한 로비의 장으로 악용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됐다. 개최국 지위를 악용해 기후 위기 논의의 장인 COP28을 자국산 화석 연료 수출에 이용한 것이다.
28일(현지시간) BBC, 가디언 등이 BBC와 기후보고센터(CCR)가 입수한 UAE의 내부 문건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 COP28 의장이 총회와 관련한 외국 정부와의 양자 회의에서 석유 및 가스 거래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건은 오는 30일부터 12월 12일까지 진행될 COP28을 앞두고 외교 준비 일환으로 알 자베르 의장과 27개 정부 간 양자 회의 전에 COP28팀이 준비한 브리핑 문서다. 브리핑에서는 기후협상 관련 문제 등을 설명하는 것 외에도 ADNOC과 마스다르의 ‘논의사항’, ‘질문’ 등이 포함돼 있었다.
문건은 나라 별로 작성됐다. ADNOC는 중국에 모잠비크, 캐나다, 호주 등지에서 ‘LNG(액화천연가스) 기회를 공동으로 평가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또 ADNOC은 콜롬비아와의 브리핑에서는 석유 및 가스 매장량 개발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알릴 것을 제안했다. 브라질에는 조세회피처 목록에서 UAE가 제외된다면 마스다르가 브라질에 신규 투자를 늘릴 수 있다고 알리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기후 과학자들이 그간 새 화석 연료 프로젝트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경고해왔다는 점에서 UAE의 이 같은 브리핑은 COP28의 취지와는 완전히 어긋나는 것이다.
CCR은 UAE COP28팀이 회의에서 제기한 상업적 논의와 관련해 한 국가가 후속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다른 12개국은 관련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거나, 회의에서 거래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나머지 12개국은 관련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COP28은 유엔이 개최하는 글로벌 기후 회담으로, 두바이에서 열리는 이번 총회에는 200개국의 정상 등이 참석한다.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COP28이 화석연료 판매를 위한 장으로 악용됐다는 보도에 국제 사회에서는 비판이 잇달았다.
국제앰네스티는 알 자베르 의장이 ADNOC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화석연료 산업에 깊게 발을 담그고 있는 알자베르 의장이 COP28을 이끄는 것은 ‘여우에게 닭장을 맡긴 꼴’이란 비판이다.
이번 보도와 관련해 UAE COP28 대변인은 “BBC 기사에 언급된 문서는 부정확하고, COP28 회의에서 사용되지 않았다”며 “BBC가 검증되지 않은 문서를 보도에 사용하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