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상생금융' 차원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지금보다 더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서민금융 공급이 어려워지자,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목적으로 탄생한 인터넷은행의 책임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인터넷은행 3사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확대할 경우 연체율이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KCB기준 신용평점 하위 50%)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새로 설정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 올해 인터넷은행 3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연말 목표치는 카카오뱅크 30%, 케이뱅크 32%, 토스뱅크 44%다.
이는 그동안 인터넷은행이 '상생금융' 책임에서 배제된 데 따른 조치다. 금융당국은 고금리 여파로 막대한 이자수익을 거두는 은행권에 자발적인 재원 출연을 요구해왔지만, 인터넷은행은 주로 거론되지 않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은행권뿐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과 제2금융권에도 상생금융을 위한 조속한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인터넷은행은 지금보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확대할 경우 건전성이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중‧저신용자 대출이 증가하면 부실채권도 늘어나 연체율이 높아져서다. 실제 지난 3분기 인터넷은행 3사의 연체율 평균은 0.85%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0.28%)보다 3배가량 높았다.
제2금융권도 건전성 관리를 위해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피하는 상황이다. 저축은행 등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줄이고 있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에서 외면한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공급을 인터넷은행이 건전성 악화를 감수하면서 떠안아야 하는 셈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침체되고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대출을 줄이자'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늘리면 대출 총액에 영향을 미치는 등 리스크 관리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우려했다. 이어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목적으로 탄생한 것은 맞지만 급격하게 늘릴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