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신생아 특례대출'이 가계대출과 관련해 새로운 뇌관으로 자리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가계부채 증가 주범으로 꼽히는 '특례보금자리론' 대비 3분의 2 규모인 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돼 대출 규모가 가파르게 늘어날 수 있어서다.
27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내년 1월 시행되는 신생아 특례대출에는 DSR 40%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60%가 적용된다.
특히 목표 금액 26조원 규모인 신생아 특례대출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친 특례보금자리론과 대출한도는 같으면서도 금리가 소득에 따라 최대 3.35%포인트까지 낮아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39조6000억원이 투입된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은 중단 직전 금리가 연 4.65~4.95%였다.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 1월 30일 출시된 지 3개월 만에 공급 목표 중 78%(30조9000억원)가 소진됐고 9월 27일부터는 아예 일반형 판매를 중단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정책 모기지 상품이 대출 부실 위험을 키우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가계부채 확대 조짐은 이미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지난 23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주담대 잔액은 525조1707억원으로 지난달(521조2264억원) 대비 3조9443억원 늘었다. 월말까지 이 같은 속도가 유지되면 연내 최고 증가 폭(10월 3조3676억원)은 물론 2021년 9월 4조27억원 이후 처음으로 4조원도 넘어서게 된다.
대출 금리도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대출 증가세를 부추기고 있다. 23일 기준 5대 은행 주담대 고정형 금리는 연 3.86~6.211%로 두 달 만에 3%대로 내려왔다. 같은 기간 고정형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무보증·AAA) 5년물 금리가 연 4.734%에서 4.230%로 떨어진 영향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30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7회 연속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가 많이 떨어졌지만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고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생아 특례대출 금리는 매력적인 수준"이라며 "특례보금자리론이 가계대출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처럼 낮은 금리로 정책성 자금을 이용할 수 있는 신생아 대출도 가계부채 확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