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기아, 아세안 시장에 전기 1톤 픽업트럭을

2023-11-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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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006년 당시 아세안 자동차 시장은 역내 국가 간에 5% 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가 막 시작됐다. 일본과 미국 업체 유치에 성공해 온 태국은 아시아의 디트로이트 역할을 했다. 말레이시아는 국영 기업 프로톤이 어려움에 빠지자 외국 자동차 업체 도움을 받아 재건하려는 시도를 했다. 

일찌감치 현지화를 추진해 온 도요타 등 일본 업체들은 AFTA를 활용하면서 90% 이상 독점적 시장 지위를 누렸지만 한국 업체들은 완전조립제품(CBU)에 대한 높은 관세로 인해 판매 증대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현대차·기아는 아시아 시장 전략으로 프로톤을 인수하는 방안과 태국에 직접 투자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 여러 시나리오를 매년 검토했다. 프로톤 인수는 직접 투자를 선호하는 최고 경영층 뜻과 달랐고 직접투자는 부품 업체들이 현지에서 생산했을 때 비용이 자동차 반제품조립(CKD)으로 도입하는 것보다 비싸 실현되지 못했다.

20년이 지나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현대차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 자원 확보를 우선한다는 전략으로 인도네시아에 15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짓고 현재 아이오닉5를 생산하고 있다. 기아도 태국에 연산 20만대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시장 재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동남아 현지 생산을 한다는 것은 중국을 대신할 성장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연기관차에서 난공불락이었던 일본 업체들을 전기차로 공략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현지 공장 건설에는 아직 리스크가 많은 편이다. 소득수준과 정부의 인프라 측면을 고려하면 이 시장에 전기차 수요가 있을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도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정부는 적극적으로 전기차 생산 육성 지원 정책과 전기차 구입 시 보조금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올해 1~10월 태국 내 전기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5배 이상 증가한 5만8074대였다. 전체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10% 이상으로 미국, 한국을 앞서고 있다. 전기차 판매 1위 업체는 시장점유율 38%를 차지하고 있는 BYD다. 특히 최근 론칭한 돌핀은 아토3에 비해 40% 싸고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70만 바트(약 2570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BYD와 더불어 네타, 상하이기차, 창청(長城)기차 등 중국 업체들은 소형 저가 전기차로 일반 대중들도 살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만들면서 80% 이상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2030년까지 신차 생산 대수 중 30%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태국 정부 비전과 이에 따른 지원 혜택을 받으면서 공격적으로 현지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BYD는 내년 연산 15만대 규모 공장을 가장 먼저 완공한다. 

인도네시아는 역내 가장 큰 시장이지만 올 1~10월 전기차 판매는 1만1564대로 태국 대비 20% 수준에 그친다. 현대차는 7억7000만 루피아(약 6411만원)인 아이오닉5를 앞세워 시장점유율 53%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는 2억 루피아(약 1700만원)인 초소형 전기차 Air로 시장점유율 35%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우링이다. 초저가와 고가 전기차로 양분되는 이 시장에도 상하이기차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의 현지 생산 계획은 태국처럼 매우 공격적이다.

태국을 전초 기지로 삼은 기아가 인도네시아 시장을 뚫으려면 소형 저가 전기차로 선점하고 있는 중국 업체, 하이테크 이미지를 구축한 테슬라와 차별화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1톤 픽업트럭은 태국 자동차 시장에서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중동, 호주, 중남미, 아프리카로 수출되는 전략 차종 역할을 하고 있다. 기아는 전기 픽업트럭으로 일본 아성을 흔들고 중국 선풍을 잠재우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멕시코와 인도 시장에 진출할 당시 내부 반대와 과제도 많았지만 보란 듯이 다 성공시켰다. 기아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이순남 기아 전 전무 사진아주경제 DB
이순남 전 기아 전무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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