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메리츠증권 3곳이 CEO 교체 인사를 결정한 가운데 나머지 증권사 역시 '세대 교체' 카드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창업멤버이자 7년간 대표직을 맡았던 최현만 대표가 사임했다고 밝혔다. 빈자리는 김미섭 부회장이 채웠다.
한국투자증권은 5년간 회사를 이끈 정일문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김성환 부사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메리츠증권 신임 대표에는 장원재 세일즈 앤 트레딩 부문장이 등용됐다. 13년간 메리츠증권을 이끌었던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겼다.
바뀐 3명의 CEO 외에도 올해 말에서 내년 3월 사이 주요 증권사 CEO 6명의 임기가 끝난다.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와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의 임기가 올해 12월까지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에 끝난다.
지난번 인사 시즌과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자기자본 10위권 증권사 중 8곳이 CEO 연임을 확정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등이 연임된 바 있다.
당시 증권사들은 전 세계적 긴축 기조와 러시아-우크라 사태로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지난해 증시 부진으로 증권사 실적은 축소됐지만, 경기 침체 공포가 더 컸기 때문이다. 세대교체를 비롯한 급격한 변화보다는 기존 베테랑 CEO를 재선임했다.
이러한 기류는 1년도 안 돼 달라졌다.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이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 주가조작 사건 등이 계기다. 증권사 주요 CEO들은 내부통제 이슈에 휘말리며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 23일 금융위원회가 박정림 KB증권 대표에 '직무 정지' 처분을 사전 통보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종전 금융감독원의 문책 경고보다 수위가 높아졌다. 문책 경고 이상의 징계 처분을 받으면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연임이 불가능하다.
정영채 NH투자증권 CEO와 양홍석 대신증권 CEO도 박 대표와 비슷한 처지이다. 두 사람은 문책 경고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역시 중징계에 해당한다. 최종 소명절차가 남아있어 CEO들에 대한 제재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증권사들이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한다는 점에서 연임보다는 교체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CEO 교체 바람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금융사고와 연루된 증권사 CEO들이 자리에서 먼저 물러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CFD(차액결제거래) 및 영풍제지 사태에 휘말린 키움증권의 황현순 대표도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키움증권은 신규 CEO 선임을 놓고 고심 중이다.
금융당국은 CEO 책임론을 꺼내 들며 증권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반복적이고 중대하고 국민들이 수용할 수 없는 실패는 금융사 CEO라든가 최고위층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