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친(親)원전 정책이 갈림길에 섰다. 원전 생태계 확장의 핵심 전제 조건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방폐물·사용후 핵연료) 처리를 위한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다. 오는 29일로 예정된 법안소위에서도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안 폐기 수순을 밟을 수 있다.
고준위 특별법, 야당 반대에 번번이 국회 문턱 앞에서 '좌절'
23일 국회 등에 따르면 여야는 전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를 열고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을 논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합의가 불발됐다. 일단 여야가 당 지도부에 협상을 일임하기로 하면서 불씨는 살렸지만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가장 입장 차가 큰 건 저장시설 규모다. 여당은 계속 운전까지 감안해 운영 허가 기간 중 고준위 방폐물 발생 예측량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야당은 원자로 설계수명 기간의 고준위 방폐물 발생 예측량만 법안에 담자는 입장이다.
폐기 위기 처한 특별법...尹 친원전 정책 어쩌나
'친원전'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정책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선 방폐물을 보관할 시설을 새로 만드는 게 급선무다. 부지 내 저장시설도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7년가량의 건설 기간이 필요해 올해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면 원전이 멈추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정부는 21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돼야 부지 선정 절차 등 순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촉구한다. 이번에 통과되지 못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정부 관계자는 "오는 29일 열릴 법안소위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며 "어느 때보다 여야 지도부 합의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부지 선정부터 완공까지 37년이 걸린다. 또 방폐물을 임시 보관하는 건식 저장시설 설치에도 최소 7년이 걸린다. 연내 첫 삽을 뜨지 못하면 당장 2030년부터 원전 가동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공은 여야 지도부로 넘어갔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방폐물 처분시설이 마련되지 않으면 정부가 내세운 친원전 정책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며 "여야 모두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만큼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