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숙제' 속속 해치우는 카카오…여전한 사법 리스크에 쇄신 동력 '글쎄'

2023-11-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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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감시 '준감위'·내부 '경영쇄신위' 가동…변화 작업 본격화

택시수수료 개편·기술탈취 중재 합의 등 결과물 바삐 내놔

쇄신 유발한 검찰 수사 여전…창업자 김범수 구속 가능성도

지난 20일 경기 성남시 판교아지트에서 카카오가 4차 공동체 경영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가운데)과 홍은택 카카오 대표(왼쪽),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오른쪽) 등이 굳은 표정으로 논의에 임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카카오가 외부 준법감시기구의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하고 기술탈취 등 그간 불거진 각종 문제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경영 쇄신'의 물꼬를 본격적으로 텄다. 다만 경영 쇄신 선언의 직접적 원인이 된 카카오에 대한 정부의 압박은 현재진행형이다. 검찰 수사가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 이어진 만큼 최악의 경우 이런 쇄신 시도마저 녹록잖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날 오전 준법감시기구 '준법과신뢰위원회'(준감위) 첫 회의를 열고, 앞으로의 준법경영 방향 등을 논의했다.
지난주 김소영 위원장을 비롯해 준감위에 참여할 위원 7명이 구성됐다. 앞으로 카카오 관계사들의 준법감시·내부통제 체계를 새롭게 할 집행기구 역할을 한다. 먼저 현재 제기되는 여러 혐의를 면밀히 검토해 재발 방지 대책과 피해자 보호 대책 등을 마련하고, 앞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준법·신뢰 리스크를 검토해 상생을 위한 시스템을 내놓을 계획이다. 

준감위는 최근 카카오 계열사들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경영진의 잇따른 일탈 등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카카오가 꺼내든 외부 감시 기구다. 카카오가 이달 초 내부에 설립한 '경영쇄신위원회'와 함께 카카오 전체의 변화를 주도하는 역할을 한다. 김 센터장은 이날 준감위 첫 회의에서 "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존중한다"며 "전사 차원에서 적극 지원할 테니, 카카오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오는 30일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4단체인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두 번째 간담회를 연다. 지난 13일 첫 간담회 이후 약 2주 만이다.

이 자리에서는 1차 간담회에서 논의했던 사항들의 세부 방안들이 주로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양측은 △공정 배차 △가맹택시 수수료 체계 △가맹택시 운영 구조 변경 △근무환경 개선 등에 대해 논의했다. 양측은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연내 택시 사업 개편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 쪽에서 가맹택시 수수료 체계를 단순화하고, 실질 수수료를 3% 이하로 낮추겠다는 입장도 발표했다.

잇따른 스타트업 기술·아이디어 탈취 논란에서도 출구전략을 모색한다. 지난 21일 카카오헬스케어와 카카오VX는 국민의힘과 중소벤처기업부·특허청 주도로 국회에서 열린 '대기업-스타트업 상생 협약식'에 참여해 정부와 국회에서 제시한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닥터다이어리의 혈당 관리 플랫폼, 카카오VX는 스마트스코어의 골프 데이터 플랫폼 관련 아이디어를 탈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재안에 따라 카카오헬스케어는 연내 혈당 관리 플랫폼 출시 일정을 내년 2월로 미뤘고,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동반성장기금도 출연한다. 카카오VX는 골프장에서 각 카트 위치를 알려주는 관제 솔루션 사업을 접고, 스마트스코어와 향후 협력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미들마일(화물중개) 시장 진출 과정에서 불거진 스타트업 '화물맨'과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나섰다. 화물맨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 T 트럭커'를 시범적으로 내놓자 해당 플랫폼이 자신들의 독자 아이디어·기술을 침해한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와 중기부에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술을 탈취했다며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달 초부터 카카오모빌리티 측에서 본격적으로 화물맨 고위 경영진과의 만남을 추진하면서 논의에 급물살을 탔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화물맨 쪽과 다양한 방면에서 사업 협력 방안을 본격적으로 제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애초 중기부 산하 중소기업기술분쟁조정·중재위원회를 통한 조정도 거론됐지만, 양사 간 논의를 통한 갈등 해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임영묵 화물맨 대표는 "차후 다시 카카오모빌리티와 만나 회사 쪽의 보다 구체적인 제안을 듣기로 했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이 같은 행보는 김 센터장이 천명한 '경영 쇄신'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 13일 취재진과 만나 "국민 사랑을 받았던 기업으로 성장해 왔던 카카오가 초심과 같은 새로운 카카오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쇄신 의지를 밝혔다. 앞서 지난 6일에는 "지금까지 각 공동체의 자율과 책임경영을 위해 권한을 존중해 왔지만, 창업자이자 대주주로서 창업 당시의 모습으로 돌아가 위기 극복을 위해 앞장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연말까지 구체적인 쇄신안을 공표할 예정이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지난달 23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그러나 상황은 녹록잖다. 지난 3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하이브의 인수를 저지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SM의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미 SM 인수를 총지휘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지난 15일에는 김 센터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 의장,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도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김 센터장은 지난달 금융감독원에서 16시간에 달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받기도 했다. 서울남부지검은 22일에는 김 센터장의 카카오 판교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남부지검은 카카오의 SM 시세조종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금감원 특별사법경찰과 검찰은 김 센터장을 비롯한 카카오 핵심 관계자들이 하이브의 SM 주식 공개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억원을 투입해 SM 주가를 하이브 공개 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린 데 가담했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도 개입한 것으로 추정한다. 관련된 대량 보유 보고의무(5%룰)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도 받는다.

카카오로서는 김 센터장이 당초 일부 예상과 달리 구속되는 사태는 피하면서 최악의 상황에서는 일단 벗어난 상태다. 다만 불구속 상태로 송치됐기 때문에 당분간 SM 시세조종 사태와 관련된 검찰 조사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앞으로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김 센터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남아 있다. 카카오의 쇄신 작업이 김 센터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구속이 현실화할 경우 카카오가 내세운 쇄신 동력도 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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