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 2030] "집값 오르나" vs "경기 악화 우려"…다시 고개 든 청년층 '내 집 마련'

2023-11-23 06:00
  • 글자크기 설정

청년층 '내 집 마련' 다시 증가세…女매수자 늘었다

신도시 아파트·직주근접 선호…"영끌, 여전히 위험"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조정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2030 세대의 첫 '내 집 마련'은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집값 저점 인식이 확산되면서 추가 상승을 우려한 이른바 '묻지마 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다만 2030의 주택 매수 행렬이 위험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부동산 가격 조정 시기가 올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여유자금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내 집을 마련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2030 '내 집 마련' 다시 증가세…여성 매수, 남성 뛰어넘었다
2030 세대의 '내 집 마련'이 최근 들어 다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가 올 초부터 각종 규제를 푼 데다가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량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최근 들어 2030 여성들의 내 집 마련 수는 2030 남성을 뛰어넘었습니다.
22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생애 첫 부동산 구입'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서울에서 생애 처음으로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을 모두 포함)을 매수한 19~39세 여성은 1165명으로 나타났습니다.

9월과 10월 2개월 연속 증가했고, 지난달에는 최근 1년 새 가장 많았습니다. 올해 1월만 해도 338명이었는데 7월 1118명을 기록하는 등 하반기 들어서는 매달 1000명 이상이 생애 첫 집합건물을 샀습니다.

20대 여성은 1월 127명에서 10월 269명으로 증가했습니다. 30대 여성은 1월 211명에서 10월엔 896명으로 약 4.2배 늘어났습니다.

2030세대 남성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10월에 서울에서 집합건물을 처음 매수한 19~39세 남성은 1129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여성과 마찬가지로 최근 1년 동안 최다 기록이고, 7월부터 매달 1000명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20대 남성은 1월 102명에서 꾸준히 늘다가 10월엔 265명으로 늘었습니다. 30대는 1월 223명에서 10월 864명으로, 약 3.9배 증가했습니다.

40대 전체의 생애 첫 집합건물 매수는 최근 1년 사이에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요즘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이 많다 보니까 집을 매입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특히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남성보다 빠르고 집값이 비싸다 보니 반반씩 부담하고 있어서 여성들의 내 집 마련 수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실거주하려는 청년도 있지만 투자용으로 매매한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신축 아파트·직주근접 선호…"무리하게 영끌, 위험"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2030 세대는 서울 대신 신도시 신축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도시가 많은 경기 화성, 성남, 수원 등지에서 10채 중 4채는 2030 세대가 사들였으며 구매 비중도 경기도 평균보다 높았습니다. 증가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같은 값이면 서울 외곽이나 구축 아파트보다는 경기권 신도시 신축을 내 집으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아파트 매수자 중 20, 30대 비율이 경기도 평균(35.1%)보다 높은 곳은 화성(42.8%), 수원(41.7%), 성남(38.5%), 용인(37.6%)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지역에는 동탄, 광교 등 수도권을 대표하는 신도시가 포진해 있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던 20, 30대 중 상당수도 신도시로 옮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신도시 인근에 대기업 일자리가 풍부하다는 점도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올해 내 집 마련에 성공한 20대 여성 A씨는 “서울 옛날 동네에서 사는 것보다 새 아파트에 깨끗한 인프라를 가진 동탄을 선택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2030 세대는 주택을 선택할 때 직주근접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1년도 주거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20~29세가 현재 주택으로 이사한 이유(복수응답) 중 '직주근접'이 약 53.6%로 전체 14개 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른바 '직주근접'(직장과 집이 근접)을 이사 이유라고 답한 가구의 연령을 살펴보면 △20세 미만 83.5% △30~39세 40.8% △40~49세 33.6% △50~59세 29.5% △60~69세 22.9% △70~79세 14.6% △80세 이상 9.6% 순으로 연령이 낮을수록 직주근접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습니다.

일각에서는 2030 세대의 주택 매수 행렬이 위험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옵니다. 무리하게 대출을 끌어모아 내 집 마련한다면 내년에도 이어질 고금리 기조와 물가의 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2030 세대의 주택 매수 자체를 무조건적으로 우려스럽다고 보진 않지만, 실물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야 물가 상승분을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각종 신용대출 등을 끌어모아서 매수한 거라면 소득 기반이 약해졌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