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에 직장이 있는 회사원 김모씨(35)는 동작구 빌라에서 전세로 거주하다 살다가 올해 2월 경기도에 위치한 신축 아파트 전용면적 84㎡를 6억원에 매입해 이사했다. 김씨는 "서울 내에서 이사를 준비했는데 집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며 "현재 출근 시간이 1시간 30분 정도 더 길어졌지만 주거 상향을 위해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집값 너무 비싸…경기도로 밀려나는 사람들
최근 ‘탈(脫)서울’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서울 집값을 버티지 못하고 주변 지역으로 밀려나는 사람들이 늘면서다. 21일 국가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인구는 지난 2010년 1031만2545명 이후 13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 9월 기준 940만7540명을 기록했다. 특히 서울에 사는 2030세대가 수도권 다른 도시로 빠져나가며 가파른 감소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까지만 해도 서울의 2030세대는 312만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31.1%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여 2018년 처음 300만선이 무너졌으며 현재는 전체 인구 대비 29%에 불과하다.
탈서울 현상의 여파로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 주요 지역, 특히 경기도의 인구는 해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전출지·전입지별 이동자수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경기도로 빠져나간 순이동자수는 6만234명으로 전국 시도 중 가장 높았다. 같은 수도권인 인천 순이동자수 1만1500명의 약 5.3배에 달하는 수치다. 또한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년 대비 인구 증감 및 증감률 상·하위 시군구 10곳 중 6곳이 경기도였다. 경기 과천시가 11.4%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포천시(3.8%), 파주시(3.3%), 평택시(3.2%), 하남시(3.2%)가 뒤를 이었다.
서울 집값 10억 육박…월급 19년 모아야 서울 집 사는 현실
이처럼 서울 인구의 상당수가 경기도 등 서울이 아닌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것은 서울 집값 상승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을 빠져나가는 주된 이유는 20대의 경우 가족·직업, 30대의 경우 주택·가족 순으로 파악됐다. 즉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에 박탈감을 느껴 내 집 마련을 위해 서울 밖으로 떠나거나, 부모님이 서울 밖으로 이사하면서 함께 떠나는 것이다.
실제 고용노동부 임금직무정보시스템에 따르면 30~34세 평균 연 소득은 약 4458만원이다. 반면 10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8억5650만원으로, 30대 직장인이 월급을 쓰지 않고 19년을 모아야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를 최대 80%까지 설정해 대출로 집을 살 수도 있지만 나머지 20%에 해당하는 현금을 갖고 있어야 하고 취득세, 부동산 중개 수수료 등도 부담이다. 대출을 최대한 활용해 집을 산다고 해도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반면 경기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4억4800만원으로 서울의 절반 수준이다. 또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5억2024만원으로 경기도 아파트 중위매매가를 웃돌아 서울 전셋값으로 경기도 내집마련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경기도에 비해 현저히 높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10월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는 974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3.3㎡(평)당 3215만5200원이다. 이는 경기도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인 591만9000원에 비해 382만5000원 높다.
"탈서울 현상 계속될 것…결국 주택 공급이 해결책"
상황이 이렇자 청년층의 '내 집 마련'에 대한 고충은 커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요즘 서울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돈 없는 서민들은 아무리 월급을 벌어도 '내 집 마련' 못하는 거다"라며 "결국 돈 많은 사람들만 좋은 주거 환경 속에서 여유롭게 사는 거고, 서민들은 결국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올해 들어 집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청년층의 '탈서울'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주택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 "집값을 비롯한 월세 등 서울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서 주거취약계층이 주변 지역으로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서울 내 주택 공급 활성화 등 정부 정책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