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시기 때 하는 사랑은 성인 때 하는 사랑보다 서툴다. 서툴기 때문에 더욱 설렌다. 이러한 설렘을 담은 10대 연애 리얼리티 ‘소년소녀 연애하다’는 ‘환승연애’ 제작진이 만든 프로그램이다. ‘환승연애’가 헤어진 연인들의 매운맛 연애 리얼리티라면, ‘소년 소녀 연애하다(이하 소소연)’는 매운맛이 하나도 없는 극순한맛이다. 패널로는 문상훈과 재재가 참여했다. 순수한 연애 장면을 지켜본 문상훈과 재재, 이언주 작가, 이희선 PD와 이야기를 나눴다.
자극적인 프로그램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소소연’은 조금이나마 쉬어갈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문상훈: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도파민이라면 나라도, 뇌 과학자도 못 막고 있는 도파민 중독 사회인 것 같다. 이런 사회에서 도파민이 담배라면 ‘소소연’은 ‘금연초’ 같다고 생각한다. 도파민과 비슷한 맛과 충족감을 주면서도 건강한 느낌이다. 저 역시도 ‘소소연’ 정주행을 몇 번 하다 보니까 디톡스가 된 것 같은데 다만 기분은 도파민에 절여진 느낌이다(웃음). 소소연 현장 스튜디오를 가는 게 너무 재밌었던 게 매번 마블 같은 좋아하는 영화를 개봉하자마자 보는 기분이었다. 출연진들이 예를 들어 어른처럼 상대를 볼 때 직업이나 학벌 등을 보면서 계산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동성 출연진들끼리도 잘 지내는 걸 보니 무해해서 저도 볼 때 마음가짐을 건강하게 본 것 같다. 제가 KBO LG트윈스의 열혈 팬인데 한국 시리즈가 도파민이면, 저에게 ‘소소연’은 엔도르핀인 것 같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있었나
문상훈: 메타인지가 잘 되어 있어서 깔끔하게 포기하는 게 인상깊었다.
출연진들의 서사에 과몰입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재미를 더라고 있고 이것이 프로그램의 관전포인트가 됐더라
-재재: 녹화할 때마다 치킨이랑 맥주 좀 갖다 달라고 한다(웃음). 시청자 분들이 집에서 보시는 리액션 그대로를 옮겨 놓지 않았나 싶다. 현장 분위기도 너무 좋고 녹화 끝나는 시간이 너무 빨리 다가온다. 그만큼 저희도 몰입해서 보고 있다.
문상훈: 연애 프로그램 특성상 맵다. 관성적으로 표현하다 보니까 응원하는 커플 코인 풀매수 한다고 말하면서도 사실 아이들에게 말해도 되나 싶다(웃음). ‘소소연’에 나오는 친구들을 랜선 이모 삼촌처럼 보게 되더라. 부모님이면 쳐다보기도 아깝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여운 아이들이 속상해 하는 건 더 아깝기도 하고 상처 받고 눈물 흘리는 모습과 어른스러운 말을 하는 부분에서 ‘언제 저렇게 컸을까’ 싶을 것 같다. 그런 감정에 더 과몰입 했던 것 같다.
‘소소연’의 인기를 언제 가장 실감하는가
이언주 작가: 대만에 방영권도 팔렸다. 티빙이 해외에서 보기가 쉽지 않아서 불법 사이트 같은 데서도 많이 보더라(웃음).
이희선 PD: 내부 시사 반응이 매우 좋았다. 거치를 해두고 싶을 정도였다. 순수함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시청층이 분명 있다고 생각했다.
예상 밖의 시청층이 있나
-이희선PD: 20대, 30대를 타깃으로 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50대, 60대도 주변에 많더라. 손자 보듯이 보는 맛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예상하지 못했던 시청층이었다고 생각한다.
자극적인 성인 연애 프로그램이나 출산 육아를 담은 10대 프로그램 등과는 결이 다른 연출이 인상깊었다
-이희선PD: 예고생들이라서 표현법이 더 아름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요즘 저런 10대가 어디있어?’라고 하는 것도 선입견이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현실 반영이 된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의 바람은 전 세대가 봐도 귀엽고 아름다운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시간이 더 지나서 봐도 현 편의 영화처럼 볼 수 있게 퀄리티에 대해 집착 아닌 집착을 했다.
10대들이다 보니까 편집을 하는데 있어서 더욱 공을 들인 것 같더라
-이희선 PD: 이번 기회로 10대들의 사랑에 대해서 더욱 이해를 할 수 있게 됐다. 10대들이라서 사랑의 감정에 빠져서 주체를 못할까봐 상담 선생님도 배치했다. 그렇지만 상담선생님이 투입될 정도의 문제는 없었다. 리얼리티를 참여했을 때 멘탈적인 부분들을 많이 살폈다. 촬영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성인 연애 프로그램인 ‘환승연애’를 연출했던 입장에서 ‘소소연’은 무엇이 달랐나
- 이희선 PD: 환승연애는 감 더 감정이 힘들었던 것 같다. 동성 간에도 질투를 하다 보니까 더욱 그랬다. 어리니까 그런 것들을 우려해서 상담선생님도 두고 했던 것이었는데 친구들이 알아서 해결하더라. 그리고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그런지 사회에 있는 성인들보다 우려했던 상황들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성인들은 본인의 의지가 컸지만 ‘소소연’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출연자들에 대해 더욱 깊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술이 아니라 우유나 주스를 마시면서 사랑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서 달랐다.
특별히 스타성이 돋보였던 출연진이 있나
-이언주 작가: 수민이 같은 경우가 끼도 돋보이고 스타성이 있던 친구 같다. 사실 섭외 과정에서 인플루언서 친구들을 더 포함시킬까 싶은 고민이 있었는데, 그랬으면 이도저도 아니었을 것 같다. 우리 이웃에 있을 법한 친구는 아니지만 그것에 가까운 친구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성격과 개성들이 다 달라서 모든 출연진에게 애정이 크다. 우리 프로그램에도 현커(현실 커플)가 나왔는데 너무 귀엽게 연애하고 있는 걸 공유해준다. 카톡으로 보내주는 것을 보는 재미에 빠져있다.
출연진 검증과정을 어떻게 거쳤나
-이희선 PD: 일반인 출연진분들이 나왔을 때 검증 과정이 있는데, 학생들이다 보니까 부모님 인터뷰도 진행했고 또래 친구들이나 학원 선생님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나이가 어린 10대들이 출연진인 만큼 자극적으로 소비되지 않게 연출을 해야 하거나 제작진이 개입해야 하는 등의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
이희선 PD: 학교에서 단체 생활을 해와서 그런지 설거지도 알아서 잘하고, 저희보다 방도 잘 치우더라. 오히려 그렇게 힘든 것도 없었고 개입할 일도 잘 없었다. 그래서 자율성을 더 줬던 것 같다.
시즌제 가능성도 있나
-이언주 작가: 아직 논의되지는 않았다. 더 지켜봐야 될 것 같다.
‘소소연’을 시청해야 되는 이유는 뭔가
-이희선 PD: 뉴스만 들어도 자극적인 게 너무 많더라. 이런 분위기 속에서 무해하게 힐링 할 수 있다. 연애 프로그램은 몰아봐야 재밌는데 정주행 하셔도 행복하게 정주행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뭐라고 생각하나
-재재: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서 잊고 있었던 사랑에 대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너무 자극적인 소재들에 노출되어 있는데 소소연이 한탬포 쉬어가면서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는 것 같다.
문상훈: 나이가 많다고 해서 아는 것도 아니고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사랑을 더 잘 아는 것 같고 사랑을 잘 안다고 하는 사람들이 사랑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10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이희선 PD: 순수함을 안 잃었으면 좋겠다. 저는 그 나이일 때가 좋은 나이였다는 걸 알았던 것 같은데 친구들도 알고 있는 것 같더라. 스스로 ‘마지막 소녀‘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래 친구들에게 지금이 가장 좋고 행복한 때이기 때문에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다.
재재: 나이를 들어가면서 이타심이 잊어가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 방송을 통해서 이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