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 성지로 불리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집값 상승세가 멈췄다. 경기 침체 우려에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지난 반등기에 가장 늦게 집값 회복세를 보였던 이들 지역이 가장 빠르게 내림세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전국 아파트 값 상승 폭이 5주 연속 축소되는 가운데 강남구에 이어 외곽 지역까지 집값 상승세가 멈추면서 집값이 반등한 뒤 다시 하락을 시작한다는 '2차 하락'이 점차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값은 전주 대비 0.05% 오르며 전주와 같은 상승 폭을 유지했다. 그러나 노원구와 강북구 매매가격은 0.01% 떨어지며 2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고, 도봉구(0.01%→0%)는 상승세를 멈추고 보합으로 전환됐다.
시장에서는 작년부터 계속된 금리 인상 기조로 인해 원리금 상환 등 이자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가격을 조정해 처분에 나서는 집주인들이 많아졌고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자금력이 부족한 젊은 층이 아파트 매수에 나서지 않으면서 집값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매매수급지수도 서울 5개 권역 중 동북권이 가장 낮은 84.2를 기록해 매수세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매수 수요가 줄면서 아파트 매물도 늘고 있는데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노도강 지역 아파트 매물 건수는 9166건으로 지난달 초 8447건 대비 8.5% 증가했다.
실거래가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면적 84㎡는 지난 7월 7억원 넘는 금액에 거래가 이뤄졌으나 10월에는 6억4000만원(21층)·6억6000만원(3층) 등 6억원대 중반에 가격이 형성된 상태다. 도봉구 창동 동아청솔 전용 134㎡는 지난달 1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9월만 해도 해당 면적대가 12억2800만원에 거래됐으나 한 달여 만에 1억7000만원 이상 하락한 것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로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이들 아파트 가격이 내리고 있다"며 "다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급 부족 이슈가 계속 존재하는 만큼 입지에 따른 집값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