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15대) 은행연합회장에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내정됐다. 통상 은행연합회장은 은행권을 대표해 금융당국과 소통해야 하는 만큼 관(官) 출신 인사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엔 민간 출신 회장이 선임돼 금융권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최근 은행 공공재 역할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민간 출신 인사가 정부 입김을 얼마나 막아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는 16일 서울 모처에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차기 은행연합회장 단독 후보로 의결했다. 은행연합회 측은 "조 후보자는 금융산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탁월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은행산업이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에 직면한 은행산업 발전에 기여할 적임자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은행연합회 회추위는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6명을 확정한 바 있다. 회추위(가나다순)는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 △손병환 전 NH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 등을 추천했으며, 윤종규 회장이 고사 의사를 밝히면서 최종 5명으로 후보가 압축됐다.
조 후보자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당장 ‘상생금융’ 압박을 받고 있는 은행권을 대변하는 것이다. 은행권 ‘이자장사’ 비판과 사회적 책임 요구에 대응하면서 시장원리에 입각해 당국과 은행권 간 중간 의견 조율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앞서 하나·신한금융지주는 각각 1000억원가량 상생금융안을 선제적으로 내놨다. 하지만 이후 추가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뉘앙스가 담긴 당국 수장들 발언이 이어졌다. 이에 다른 금융지주들도 상생금융안 도출 규모와 시기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은행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이른바 '횡재세' 법안 발의도 잇따르고 있다. 은행권은 횡재세 도입 시 여·수신 금리 인상, 외국인 자금 이탈, 주가 하락 등 유례없는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우려한다. 은행권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불가피한 예대마진 증가 효과인데 이를 ‘앉아서 돈 벌고 있다’ 식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본인들을 ‘공공의 적’이 아닌 ‘경제주체’로 인식하게끔 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은행연합회를 이끄는 김광수 협회장 임기는 이달 30일까지다. 은행연합회는 오는 27일 사원총회를 통해 조 후보자를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최종 선임할 예정이다. 임기는 3년이다.
한편 은행연합회는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금융공기업 등 23개 은행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로,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은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대(對)정부 로비나 금융당국과 이해관계 조정 역할은 물론 은행권 임금단체협상 권한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