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잃은 금융당국] 멀어지는 '금융권 BTS'···금융정책 백년대계 어디로

2023-11-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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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진출 규제 개선 '안갯속'···연내 발표 어려울 듯

글로벌화 TF, 해외 IR 지원에도···180도 뒤집힌 기조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올해 금융당국이 강조한 국내 금융회사 '글로벌화'는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회사 활동 무대를 세계로 넓히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제도 개선에 나섰다. 또 당국 수장들은 직접 해외로 나가 '세일즈맨'을 자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 입김에 기존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뒤집히면서 '금융 백년대계'를 짜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마련하고 있는 '금융지주 발전 방안'은 현재 논의가 멈춰선 상태다. 금융지주 발전 방안은 금융산업 관련 칸막이 규제를 완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 자본과 산업 자본을 구분해야 한다는 '금산분리' 규제를 단계적으로 허용해준다는 기조 아래 올해 3분기 중 해외에서 먼저 비금융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투자할 수 있도록 열어주기로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해 취임 일성으로 '금산분리 완화'를 내건 바 있다. 김 위원장은 "금융규제 혁신 목표는 방탄소년단(BTS)과 같이 글로벌 플레이어를 만드는 것" "규제가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올해 3월에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금융산업 글로벌화 TF' 회의를 직접 주재하기도 했다.

이에 은행이 직접 비금융 자회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비금융 융합 방안' 발표 전에 먼저 금융지주 발전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연내 발표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지주 발전 방안 관련) 회의가 언제 재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당분간 (강화된 규제 기조가) 뒤집히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금융당국이 글로벌화를 강조했던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금융당국 기조가 뒤집힌 데에는 정치권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올해 내부통제 강화를 금융권 최대 화두로 던졌음에도 횡령 사고가 잇따른 만큼 규제를 완화해 금융회사를 지원해야 한다는 명분이 약해졌을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자 장사가 과도하다는 지적 속에 금융회사들은 이런 오명을 떨쳐내기 위해 인수합병(M&A), 수수료 수익 확대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집중해왔다. 특히 당국의 규제 완화 기조에 발맞춰 해외 진출도 적극 추진했으나 당국 기조가 뒤집히면서 이자 장사 비판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실제 국내 은행의 최근 5년간(2018~2022년) 비이자 수익 비중은 12% 수준으로 미국(30.1%) 대비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유수의 글로벌 금융회사들과 경쟁하고 비이자 이익을 키우라고 강조하면서도 관련 규제는 계속 묶어 두는 것이 맞는 방향인지 의문"이라면서 "길게 보고 금융정책을 준비해야 하지만 연일 뒤집히는 기조에 내일도 대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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