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 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찬을 위한 티켓 확보 전쟁이 벌어졌다. 미·중 관계 개선 흐름 속에서 다시 중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미국 기업들의 의지가 엿보인다.
14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15일 저녁 현지 기업인들을 초청해 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현재 만찬 참석 최종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비롯해 시티그룹의 제인 프레이저, 엑손모빌의 대런 우즈,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등 거물급 CEO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이폰15 중국 판매 부진으로 지난달 7개월 만에 중국을 다시 찾았던 팀 쿡 애플 CEO는 이번엔 직접 참석하지 않고 중간급 관리자를 대신 보내기로 했다. 쿡 CEO는 방중 당시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 등 다수의 중국 고위급 인사들과 만나 중국 시장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달한 바 있다.
미국 기업 CEO들이 시 주석과의 만찬에 앞다퉈 참석하려고 하는 것은 미국이 대중국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기업들은 여전히 중국 시장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 중국 광둥성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석유화학 공장 건설을 허가받은 엑손은 향후 중국 제조업계에 플라스틱을 공급하는 핵심 공급업체로 부상하겠다는 계획을 품고 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최근 중국 IT 공룡 텐센트와 저가 버전의 가상현실(VR) 헤드셋 판매를 위해 예비 계약을 체결하면서 1년 내에 중국 시장에 전격 진출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 정부의 승인이 최종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이미 중국에 우호적인 행보로 유명하다. 테슬라의 모델3는 전부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돼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고, 머스크 CEO는 지난 5월 “대만을 홍콩화해야 한다”는 식의 중국 지지 발언을 해 미국에서 공분을 사기도 했다.
중국 입장에서도 경기 둔화 우려가 짙어짐과 동시에 자본 유출이 가팔라지고 있는 만큼 해외 기업들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시 주석 또한 미국 기업 CEO들에게 중국이 사업에 있어 대외 개방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경기 부양 노력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 주석은 이날 오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시 주석은 APEC 정상회의과는 별도로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1년 만에 대면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