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연착륙으로 향하고 있다는 낙관론에 힘이 실린다. 미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 전투가 경기침체 없이 승리하고 있다고 환호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월 CPI가 ‘골디락스’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고 보도했다. 경기 둔화 없이 물가가 하락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날 발표된 미국 10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올라, 예상치(3.3%)를 밑돌았다. 특히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세가 둔화한 것이 주목할 점이다. 올해 6~10월 근원 소비자 물가는 연율 2.8% 상승했다. 이는 올해 첫 5개월(1~5월) 동안 5.1% 상승한 것에 비해 상승 속도가 꺾인 것이다.
연준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통하는 닉 티미라오스 WSJ 기자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의 둔화로 연준의 역사적 금리 인상이 끝나고, 증시의 큰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물가 지표가) 일련의 낮은 수치를 보이면서, 연준 관계자들이 더 이상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고 확신하는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했다.
10월 CPI 발표 후 금리 선물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내년에 약 100bp(1bp=0.01%포인트)에 달하는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CPI 보고서가 발표되기 전인 75bp에 비해 인하 폭이 껑충 뛴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메리클은 “인플레이션 싸움의 어려운 부분은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출신인 달립 싱 PGIM 픽스드인컴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급등이 남긴 상흔을 고려할 때 긴축 사이클의 종료를 선언하면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많다”면서도 “그러나 현실은 연준이 금리 인상을 끝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에 주목하면서 주식과 국채 가격은 급등했다. 나스닥지수와 S&P500 지수는 각각 2.4%, 1.9% 오르며, 4월 이후 일일 최대 상승 폭을 찍었다. 미 10월 국채 금리는 0.191%포인트 하락한 4.440%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한 이후 최대 일일 하락 폭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억제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이르다고 우려했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로즈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금리 인상 종료를 선언하기에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고 노동 시장이 너무 타이트하다”며 “데이터가 갑자기 약세로 바뀌지 않는 한, 인상 중단 선언까지는 적어도 3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연준이 지금으로서는 금리 인상을 중단한 것이 옳지만 "조금 더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 수치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말 것을 조언하며, 인플레이션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 수치들이 하락했지만, 상당 부분은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으로 인한 코로나 시기의 물가 급등이 부분적으로 반전된 데 따른 것"이라며 주거비와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에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