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정비사업 현장 곳곳에서 공사비를 둘러싼 건설사와 조합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건설사들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합들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공사비 증액이 고스란히 조합원 분담금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몇몇 현장에선 공사 잠정 중단이나 시공사 교체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공사비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계약 시점부터 분쟁 여지를 사전에 방지하고 분쟁 발생 시 이를 중재할 강력한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재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잠실 래미안 아이파크) 시공사인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원자재 값 상승 등을 이유로 3.3㎡당 공사비를 기존 660만원에서 898만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조합 측에 요구했다. 시공단 측이 추가로 인상을 요구한 공사 금액은 총 2168억원으로, 조합원 1인당 1억4000만원 정도 추가 분담금이 발생한다.
서울 성북구 장위6구역은 공사비 갈등으로 이주·철거가 끝난 지 3년 넘도록 착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조합은 앞서 시공사로 선정된 삼성물산·포스코이앤씨와 공사비 협의에 실패해 2017년 계약을 해지한 뒤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재선정해 2019년 3.3㎡당 약 427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대우건설이 지난 4월 자재와 인건비 인상분을 반영해 3.3㎡당 600만원 이상으로 공사비를 조정해야 한다고 조합에 알렸고 조합은 일방적인 공사비 인상은 수용할 수 없다며 맞섰다. 수차례 협상을 진행했으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의뢰했다.
이처럼 공사비 분쟁이 잇따르는 것은 코로나19 등을 겪으며 원자재 값, 인건비 등이 크게 올랐고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금융비용까지 더해지면서 시공사 측 공사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집계하는 공사비지수(기준점 100)는 9월 기준 153.67(잠정치)로 3년 전(119.87)보다 28.2% 높아졌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거치며 인력 수급이 어려워지고 원자재 값이 폭등하면서 물가 상승분 외에도 공사비 인상 요인이 많았다"며 "이 시기 공사를 진행한 현장 대부분이 겪고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조합과 시공사 사이에 원만한 해결책 도출이 어려워지면서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맡기는 사업장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조합이 공사비 적정 여부 검증을 요청한 사례는 총 23건이다. 공사비 검증 요청 제도가 도입된 2018년에는 1건에 불과했지만 2020년 13건, 2021년 22건, 지난해 32건 등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뚜렷한 해결책 없이 시공사와 조합 사이에 대립만 깊어지자 정부도 최근 공사비 분쟁 현장에 조정 전문가를 파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말 발표한 공급 대책에는 공사비 갈등이 극심한 사업지엔 정비사업에 특화한 표준계약서를 별도로 마련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민간 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개정' 등 개선안도 포함됐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제성이 없는 데다 이미 공사비 갈등을 빚고 있는 사업지에는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를 놓고 시공사와 조합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조정이나 중재가 지연되거나 결렬될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계약이 이뤄진 단지에 적용할 수 있는 적극적인 중재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때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안했으면 이꼴이 안되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죄인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