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남 칼럼] "10년 후엔 AGI 시대".. 손정의 예언 새겨듣자

2023-11-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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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한국AI교육협회 회장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한국AI교육협회 회장



40년 동안 정보기술(IT)·인공지능(AI)·미래학을 연구해온 학자로서 우리나라 IT와 AI 정책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한 명을 꼽으라고 하면 필자는 세계적인 벤처투자가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을 꼽는다.
 
손정의 회장은 1997년 고(故) 김대중 대통령 초청으로 방한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김 대통령은 외환위기를 맞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묘안을 요청했고 손 회장은 이에 화답해 "첫째도 브로드밴드, 둘째도 브로드밴드, 셋째도 브로드밴드"라며, '초고속인터넷'을 통해 IT 경제를 일으키라고 조언하였다. 김 대통령은 이 조언을 받아들여 정부 주도로 초고속인터넷을 전국에 상용화하는데 주력했고 이후 IMF 구제금융을 받던 나라에서 'IT 강국'으로 화려하게 재탄생하는 데 성공했다.
 
손정의 회장은 당시 일화에 대해 "한국의 산업혁명이라 할 수 있는 '새마을운동' 당시 전국에 고속도로가 깔리면서 산업에 숨통이 트이고 물류 혈맥이 뚫린 것처럼 21세기를 앞둔 그 시점에 한국에는 '정보 고속도로'가 반드시 필요했기에 김대중 대통령에게 '브로드밴드(초고속인터넷)'에 대한 중요성을 조언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 초고속인터넷을 제안하는 등 한국이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핵심 조언을 했던 일본 IT기업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22년 후인 2019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똑같은 표현으로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2019년 7월 4일 청와대를 방문한 손정의 회장은 대통령과 관계 장관들이 배석한 가운데 AI와 4차 산업혁명, 5G에 대해 강연을 진행한 뒤 질의응답을 했다. 이날 강연에서 손 회장은 "세계는 인터넷 시대를 거쳐 AI 시대를 맞았다"면서 "한국이 초고속인터넷에서 세계 1등을 하며 정보통신 강국으로 거듭났지만 현재 AI는 다소 늦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며 교육, 정책, 투자, 예산 등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전폭적 육성을 제안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손정의 회장 조언을 신중하게 잘 받아들여서 초고속 인터넷에 집중 투자해 인터넷 강국이면서 IT 강국을 실현했다. 그러나 인터넷 강국과 IT 강국인 우리나라가 AI 강국이 되지는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손정의 회장의 조언을 김대중 대통령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지는 않은 것 같다. 필자는 손 회장의 조언을 반영해 2019년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와 인공지능국민운동본부를, 2020년에 한국AI교육협회를 만들어 AI 강국이 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우버·위워크 등 스타트업에 투자해 ‘실리콘밸리의 큰손’으로 통했던 손정의 회장이 “10년 안에 인공지능(AI) 혁명을 주도하겠다”며 AI 투자에 매진하고 있다. 테크업계를 주도하는 투자자에서 AI 사업가로 변신한 것이다. 손 회장은 “좋건 싫건 AI 혁명은 올 것이고, AI를 거부하면 어항 속 금붕어 신세가 될 것”이라며 “10년 안에 AI는 인류보다 10배는 똑똑해질 것이며 소프트뱅크를 세계에서 AI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4일 손정의 회장이 ‘소프트뱅크 월드 2023’ 행사에서 기조 강연한 내용은 우리 대통령에게 직접 한 애기는 아니지만 대통령과 관련 부처 장관들은 우리에게 한 얘기로 생각해서 신중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으며, 기업인들과 개인들도 깊은 의미를 잘 새겨서 잘 준비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 강연 내용은 정책 결정자와 오피니언 리더뿐만 아니라 직장인과 일반인들도 찾아서 볼 것을 권한다.
 
손 회장은 지난 10월 4일 오전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 '소프트뱅크 월드 2023' 강단에 섰다.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첫 행사였다. 매년 가을에 열리는 소프트뱅크 월드에서 주요 연사로 나선 손 회장은 미래를 변화시킬 기술을 제안했다. 최근 수년간 소프트뱅크그룹의 투자에서 볼 수 있듯 손 회장이 미래에 주목하는 기술은 AI다. 손 회장은 이날 강연에서는 AI보다 더 진화한 AGI에 대해 수차례 강조했다.
 
"AI 활용 거부는 인간이 금붕어 지능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10년 후 인류보다 10배 똑똑한 AGI, 20년 후 1만배 똑똑해질 ASI 활용에 우리 미래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AI는 ANI, AGI, ASI 순으로 발전한다. AI 전도사로 꼽히는 손정의 회장이 10년 내에 AI가 대부분 분야에서 인간 지능을 능가하는 범용 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AGI)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바둑만 잘 두는 알파고처럼 특정 임무만 수행하는 좁은 의미의 제한적 인공지능(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ANI)과 달리 AGI는 사람처럼 다양한 분야를 포괄적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추론할 수 있는 개념이다.
 
손 회장은 이날 일본 도쿄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세계 2023 기업 콘퍼런스’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통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간 지능을 능가하는 AGI가 10년 안에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이 인간 지능을 넘어서는 AI 잠재력에 대해서는 'AI 특이점'이라는 표현을 인용해 여러 차례 언급한 적이 있으나 AGI가 개발될 일정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AGI가 인류 지혜 총합의 10배 수준에 달해 모든 산업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관측했다.
 
최근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대화할 수 있는 챗GPT 등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생성형 AI란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등 기존 콘텐츠를 활용해 이용자 요청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AI의 한 종류다. 특히 챗GPT는 AGI 초기 버전으로 꼽힌다.
 
손 회장은 AGI 다음 단계로 인류 지능을 뛰어넘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초인공지능(Artificial Super Intelligence·ASI) 개념도 제시했다. 그는 "ASI는 20년 안에 출현할 것이며 인간 지능을 1만배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 그는 AI에 대한 적절한 규제 필요성도 환기했다. 손 회장은 “AI는 핵폭탄보다 위험할 수 있다”면서 “자동차가 편리하지만 위험해 법규가 있는 것처럼 적절한 규제는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손정의 회장이 한 얘기는 우리에게 직접 한 얘기가 아니라고 흘려들어서는 절대 안 된다. 10년 후와 20년 후라는 전망이 정확하게 맞지는 않을 수 있지만 그 방향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손 회장 얘기를 새겨듣고 대비하는 국가와 기업은 세계경제에 강자로 우뚝 설 것이고 그렇지 않은 나라와 기업은 경쟁에서 뒤질 것이다. 우리 대통령에게 직접 하지는 않았고 공개적으로 한 얘기지만 우리나라 주요 정책 결정자들과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영향력 있는 사람들은 손 회장 강연 연상과 내용을 찾아보고 인사이트와 시사점을 얻고 정부 정책과 기업 경영에 적극 반영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한다.



문형남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영학 박사 △매일경제신문 기자 △대한경영학회 회장 △K-헬스케어학회 회장 △대한민국ESG메타버스포럼 의장 △한국AI교육협회 회장 △ESG메타버스발전연구원 대표이사 △(사)지속가능과학회 공동회장 ​△캐나다 캘거리대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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