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과 최상환 전 해경 차장, 김수현 전 서해해경청장, 이춘재 전 해경 경비안전국장 등 9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2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김 전 청장 등은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에 필요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445명의 사상자를 발생케 한 혐의로 지난 2020년 2월 기소됐다.
그러나 1·2심 법원은 업무상과실치사죄와 관련해 김 전 청장 등에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이 해경에 거짓으로 교신하면서 퇴선 명령 없이 탈출한 정황을 볼 때, 해경이 다수 승객이 탈출하지 못했다는 점을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봤다.
사고 당시 세월호가 무리한 양의 화물을 운반했고, 이를 부실하게 고정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중심을 잃고 침몰한 점을 해경이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도 무죄의 근거가 됐다.
2심 재판부는 “사고 현장에 있지 않았던 피고인들이 현장 도착 후 짧은 시간 안에 승객들에 대한 퇴선유도 및 퇴선명령을 하는 등 사후적으로 평가했을 때 최선의 방법으로 지휘하지 못했다는 점만으로 업무상 주의를 다하지 못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이날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한편 대법원은 ‘사고 초기에 퇴선 명령을 지시했다’는 취지의 허위 공문서를 작성토록 한 혐의로 기소된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과 이재두 전 3009함 함장에 대해서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날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세월호 유족들은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유가족 단체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이날 대법원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국가가 어떤 지시도 구조 계획도 세우지 않아 생명이 무고하게 희생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선례를 사법부가 남기고 말았다”고 규탄했다.
이어 “적극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지휘부가 상황을 몰랐다는 것 자체가 책임의 문제”라며 “재판부는 '몰랐다'고 면죄부를 줄 것이 아니라 '왜 파악하지 않았는지' 책임을 물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김종기 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현장에 출동한 해경 정장에게만 죄가 있고 정작 해경을 통제하고 지시하는 지휘부는 죄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지금은 처벌하지 못했지만, 반드시 새로운 증거를 찾아내 처벌받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2015년 11월 퇴선 명령 등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배에서 탈출한 이 선장에게 살인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참사 당시 현장 지휘관으로 선내 승객 상황 확인과 승객 퇴선 안내·유도 조치 등을 소홀히 해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기소된 김경일 전 목포해경 123정 정장은 징역 3년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