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31일 202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지금 우리가 처한 글로벌 경제 불안과 안보 위협은 우리에게 거국적, 초당적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며 여야 정치권에 전폭적인 지지를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영계획안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자세를 낮췄다. 지난해 시정연설과 달리 국회에 '기대한다'가 아니라 '부탁한다'고 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도 없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마련한 예산안이 차질 없이 집행돼 민생의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며 "정부는 예산 국회에서 요청하는 관련 자료와 설명을 성실하게 제공하고 예산 심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윤 대통령은 "국제적으로 고금리와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제가 위축되고 있으며, 올해 세계교역은 유례를 찾기 힘든 0%대 증가율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는 물가와 민생 안정을 모든 정책의 최우선에 두고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656조9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올해(638조7000억원)보다 2.8% 늘어난 것이다. 이는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재정 운용 기조는 건전재정"이라며 "단순하게 지출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 없이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자극적인 문구를 자제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불법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면서,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원론적으로 단 한 차례 언급하는 등 안보‧이념 관련 메시지는 최소화 했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앞서 5부 요인, 여야 지도부와 사전 환담을 진행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사실상 첫 회동도 성사됐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악수를 나누며 "오랜만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 대표는 "민생 현장이 너무 어려우니 정부 부처는 좀 더 신경 쓰며 정책을 집행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 이후 여야 국회 상임위원장단과 간담회 겸 오찬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다 같이 뵙는 건 오늘이 처음인 것 같다"며 "취임 이후 가장 편안하고 기쁜 날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초당적 협력을 거듭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