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올해 연말까지 가계대출 문턱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여파로 고공행진 중인 가계부채 심각성을 뒤늦게 인지한 정부와 금융당국이 부랴부랴 규제 강화를 천명하고 있어서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은행 등 금융기관 자금 융통이 한층 까다로워져 차주들의 고충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4분기 금융기관 대출 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4분기(10~12월) 대출태도지수는 -11로 지난 분기(-2)보다 9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13일까지 은행 18곳 등 국내 204개 금융기관 여신 총괄책임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대출태도지수는 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금융기관이 완화적인 대출태도를 취한다는 뜻이고 이보다 낮으면 대출을 까다롭게 취급한다는 의미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 일반대출 역시 3분기(-8)에 이어 4분기(-6)에도 강화 움직임을 이어갔다.
은행권 기업대출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4분기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태도지수는 -6으로 전분기와 동일한 수준으로 전망됐다. 다만 대기업에 대한 은행권 대출태도지수는 2분기 3에서 3분기 0으로 중립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최근 대출취급이 확대된 상황에서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지속 등으로 중립을 보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차주별 신용위험지수도 기업을 중심으로 악화되는 양상이다. 4분기 대기업 신용위험지수는 8로, 전분기 대비 2포인트 상승했다. 중소기업 신용위험지수 역시 28에서 31로 3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문 신용위험은 25로 전분기 대비 6포인트 낮아졌다. 한은은 "기업 신용위험은 일부 업종과 영세 자영업자 채무상환능력 저하 등으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이라며 "가계 신용위험도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증대 등의 영향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기간 가계 대출수요는 실물경기 둔화와 금리 상승 등 영향으로 중립 수준이 될 것으로 관측됐다. 기업대출 수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지속 등으로 운전자금이 늘어나면서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