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톡] 백대용 새변 이사장 "청년 법조인들과 공정·상식 통하는 사회 만들 것"

2023-10-3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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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세종의 백대용 변호사가 지난 23일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법무법인 세종의 백대용 변호사가 지난 23일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대한민국의 다음 ‘시대 정신’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공익 단체가 필요합니다.”
 
지난 3월 출범한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새변)’은 국내 공익 법무 활동의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10여명의 소모임에서 출발한 새변이 소속 회원만 250명이 넘어가는 공익 단체로 정착하는 데에는 반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새변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백대용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23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폭발적 성장의 배경에 대해 “청년 법조인들의 ‘공정’과 ‘상식’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특히 청년 세대의 갈망을 ‘공익 입법 활동’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새로운 ‘시대 정신’을 구체화하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24년간 소비자 주권 운동…"기업과 견제·균형 유지해야"
백대용 세종 변호사 인터뷰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법무법인 세종의 백대용 변호사가 지난 23일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백 변호사는 소비자 운동 등 공익 법무 활동에서 잔뼈가 굵은 입법 전문 변호사다. 지난 2003년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보호국 사무관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 이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조정위원과 ‘국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조사위원, 공정거래위원회 자문위원,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 자문위원 등을 맡으며 공익 활동의 변경을 넓혀 왔다.
 
그는 2000년 사법연수생 신분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공익 활동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백 변호사는 “그해 여름방학 기간에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에서 소비자 상담 봉사를 진행했다. 그러면서 소비자 문제라는 것이 ‘시장 경제’에서 얼마나 중요한 사안인지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관(官)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의 규제, 즉 ‘소비자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시장의 자율성을 키워주는 대신 책임성도 강화할 수 있는 소비자 운동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시민 사회 주도의 소비자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체감한 그는 이후로도 다양한 권익 활동에 나섰다. 2019년에는 소시모 회장직을 맡았다. 백 변호사는 “시장 경제의 자율성이 보장되려면 양대 주체인 기업과 소비자의 건강한 견제와 균형 관계가 유지돼야 한다”며 “국가가 소비자의 후견인 역할로 나서게 되면 기업은 정부 규제를 우회하는 방식으로만 대응하고 법제도 결국 왜곡된다”고 지적했다.
 
2019년 ‘이베리코 돼지’ 사건은 시민이 감시·견제를 주도한 소비자 운동 방식이 빛을 발한 대표적 사례다. 당시 시중에 유통된 스페인산 이베리코 돼지고기 원산지의 약 10%가 허위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소시모는 유통되는 돼지고기를 구매해 표본 조사와 유전자 시험을 거쳐 이를 밝혀냈다.
 
백 변호사는 “스페인 대사관에서 자국산 돼지가 이베리코 흑돼지로 둔갑해서 유통되는 일을 수출 단계에서 막고 이를 조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며 “우리나라 관세청에서도 관세 물품을 철저하게 확인하고 식약처와 농림부도 유통 단계에서 허위 과장 광고 단속에 나서는 성과를 올렸다”고 회고했다.
 
“사회 공익 대변할 수 있다면 어떤 정당이라도 협업”
법무법인 세종의 백대용 변호사가 지난 23일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법무법인 세종의 백대용 변호사가 지난 23일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소시모 활동은 공익 활동에서 ‘플랫폼’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런 고민에서 탄생한 산물이 새변과 한국청년입법정책학회(KYSLP)다. 소비자 주권 실현에 힘써 온 백 변호사가 청년이 주축이 된 공익 입법 활동에 나선 계기는 연세대학교 입법정책학회의 지도교수를 맡게 되면서다.
 
백 변호사는 “로스쿨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만들어진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것보다 ‘바른 법’을 만드는 노력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점을 체감하게 됐다”며 “청년들의 입법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우선 주요 로스쿨 대학 7곳의 입법정책학회를 하나로 묶어 KYSLP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KYSLP는 현재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한양대, 건국대 등 8개 로스쿨의 입법정책학회 회원 1000여명으로 구성됐다. 로스쿨 학생들을 대상으로 입법 자문 특강과 학술 세미나, 국회의원실 인턴십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의원실 인턴십 참여 인원도 설립 1년 새 50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활동이 새변의 출범이다. 백 변호사는 현재 새변과 KYSLP의 이사장을 겸하고 있다. 현역 법조인과 예비 법조인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두 단체 모두 청년들을 주축으로 공익 입법 정책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
 
백 변호사는 지난해 말 약 2개월에 걸쳐 100여명의 청년 변호사들을 대면해 공익 입법 활동에 대한 수요를 직접 확인했다. 그는 “공익·입법 정책 플랫폼에 대한 청년 변호사들의 호응이 상당했다”며 “로스쿨 출신 청년 법조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별도의 플랫폼을 빠르게 설립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새변의 창립 배경을 밝혔다.
 
새변의 모토는 ‘공익’과 ‘공정’, 그리고 ‘법치주의’다. 이념과 정파에 따른 활동이 아닌 시민과 사회에 정말 필요한 공익 입법·소송 활동에 나서겠다는 목표다. 사회 공익을 대변할 수 있는 법안이나 정책이라면 어떤 정당을 막론하고 협업에 나서고 있다는 게 백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기존 변호사 단체는 이런 MZ세대 변호사들의 공익 활동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켜 주지 못했다”면서 “새변은 향후 30년의 아주 중요한 시대정신을 대변하게 될 것이다. 청년들과 의기투합해 공정과 상식, 공익에 부합하는 공익 법무 활동을 하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전했다.
 
“알레르기 센터 건립·정당 현수막 철거 반드시 관철”
현재 새변이 추진 중인 가장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국립 알레르기 센터’ 건립과 전국에 난립한 ‘정당 현수막’ 철거 활동이다. 해당 이슈들이 시민 대다수의 공익과 직결되는 만큼, 이를 반드시 관철해 나갈 것이라는 게 백 변호사의 설명이다.

새변은 알레르기 질환 급증에 대한 국가적 대응이 전무하다고 보고, 현재 '알레르기 관리법' 제정안 통과와 관련한 입법 간담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이달 10일에도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등과 공동으로 주관한 입법 토론회를 개최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만19세 이상 성인의 20% 이상이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다.
 
백 변호사는 “알레르기 질환은 전형적인 ‘선진국형 질병’이다. 향후에도 발병 가능성이 높지만 국내에는 암센터는 있어도 여전히 알레르기 센터는 없다”며 “의료계의 관심도 여전히 낮아 이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나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새변은 전국 곳곳에 난립한 정당 현수막 철거를 위한 공익 법무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백 변호사와 새변은 지난 8월 현 ‘옥외광고물 등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옥외광고물법)’ 8조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한 상태다.
 
정당 현수막 규제를 골자로 한 인천시 조례에 대해 행정안전부(행안부)가 무효 확인 소송으로 제동을 걸면서, 새변도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인천시 의회는 지난 5월 현수막의 개수와 혐오·비방 등의 내용을 담지 못하도록 조례를 개정한 바 있다.
 
백 변호사는 “인천시의 경우 조례를 통해 정치 현수막 상당수를 걷어냈고, 이에 대한 주민 호응도 상당했다”며 “행안부는 여전히 지자체의 개정 조례를 두고 상위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근거 법인 옥외광고물법에 대한 위헌 소지를 1차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헌법소원 취지를 밝혔다.

백 변호사는 “그간 행정부와 국회는 물론 시민 사회에서 입법과 법제 정책과 관련된 업무를 20여년 넘게 해왔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런 전문성을 토대로 지역 사회와 국가에 도움이 될 만한 역할을 수행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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