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호 칼럼] '미래 먹거리' 창출하는 방산수출 …국회와 정부의 협치 절실

2023-10-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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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 위원
[박진호 위원]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3(서울 ADEX 2023)’이 최근 17일부터 6일간의 일정으로 마무리 되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K-방산에 대한 관심과 호응을 실감케하는 행사였다. 이번 행사에서 역대 최대규모 294억달러 규모의 수주 상담이 진행되었고, 실제 계약액은 60억 달러를 초과했다. 1996년 ‘서울에어쇼’로 시작한 ‘서울 ADEX’는 세계 3대 에어쇼로 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과 국내 방산기업들이 협력하여 글로벌 스탠다드를 앞서가는 수출경쟁력 제고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방위산업에 대한 국내 인식이 자주국방과 내수 획득조달 중심에서 경제성장 활성화와 수출주도 전략산업으로 급격히 변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 해 폴란드 정부는 우리 기업들과 17조원에 이르는 무기체계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의 경우, K2 전차와 K9 장갑차에 대한 2차 계약 체결을 통해 30조원에 육박하는 추가 방산수출 계약 체결이 진행중이다.

그런데, 수출입은행이나 무역보험공사와 같은 정책금융 기관의 재정 지원 여력 부족으로 폴란드와 추가 계약 협상이 6개월 이상 지연되고 있다. 현행 ‘한국수출입은행법(수은법) 시행령’은 특정 대출자에 대한 신용 제공 한도를 자기자본의 40%로 제한하고 있다. 폴란드의 경우 방산 뿐만 아니라 원전, 에너지, 철도, 공항, 조선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도 대규모 수주 기회가 있는 상황에서 정책적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방산수출 강국들은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자금여력이 부족한 구매국에 대한 지원책으로 다양한 금융지원책을 마련 및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공적수출신용협약’에 따라 민간제품에 적용되는 가이드라인을 준용하여 금융을 지원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사실상 방산제품의 특수성에 따른 법적 장치가 제대로 구비되지 않은 상황이다. 냉전 종식 이후 글로벌 안보 위기가 급증하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구매국에 대한 금융지원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프랑스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OECD 공적수출신용협약’을 적용하고 있지만, 자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국가전략산업 분야를 지정하여 재원을 배분하는 등 정책적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지만, 이와 같은 노력도 국내에서는 부재하다.

미국은 ‘대외군사판매(Foreign Military Sales, FMS)’ 방식으로 방산수출 정부가 직접 주도하여 미국의 글로벌 외교 영향력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구매국에 재정 지원을 확충시키기 위해 기존의 ‘해외군사재정지원(Foreign Military Financing, FMF)’ 제도를 혁신적으로 보완했다. 일례로, 거대 민간 자본을 활용한 대출, 우량 적격은행의 신용장 발행 등을 통해 정부 재정을 부족분을 보완하는 방식까지 도입되었다.

구매국 입장에서 재정이 부족하면 성능과 가격면에서 월등한 무기체계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구매국이 요구하는 성능만 충족된다면 굳이 더 좋은 성능을 가진 무기체계가 때로는 불필요하다. 또한, 국내 방산기업들이 앞세우는 기술이전 및 현지생산 등의 파격적인 조건들이 금융 지원 문제로 그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유럽 및 중동 지역에서 외교적 지평을 크게 확장시키고 있다. 이 같은 외교적 성과로 방산분야 협력도 크게 촉진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수은법 개정을 통해서 자본금을 두배로 증액시키는 것을 추진하고 있어 다행스럽지만 조속히 마무리 되어야 한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선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격언처럼 지금은 그 어느때 보다도 통합된 노력의 추진이 아니라 성과를 내어야 하고, 그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한편, 현행 법률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법적 대안이 있다. 수은법 시행령 17조의5 ③항은 “신용위험이 없다고 인정되거나 그 밖에 수출입은행의 설립목적 수행에 필요한 경우로서 금융위원회가 기획재정부장관과 협의하여 인정한 경우” 에는 한도 적용 예외로 인정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적 예외를 활용하기 위해선 국회 국방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가 초당적으로 협의하여 정부에 예외 인정을 요청할 경우 정부가 감당해야 할 정치적 부담을 크게 완화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은 국회와 정부의 건설적 협력이 바로 우리 국민과 기업들이 희망하는 국회와 정부가 지향해야 할 ‘견제와 균형’이다. 방산수출은 상대국 정부가 계약의 상대자이기 때문에 일반 무역거래에 비해 리스크가 상당히 낮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피치(Fitch)는 폴란드 장기신용등급을 A1(투자위험발생 가능성 낮음, 투자적격), 단기신용등급을 F1(최상의 상태, 투자적격)으로 평가했다. 또한, 폴란드는 지난해 1차 방산수출 계약금액의 30%에 해당하는 높은 선수금 조건을 이행하는 등 기 체결된 계약 조건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무기체계 수명주기가 통상 30~40년이라는 점을 고려할때, 초기 진입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초기 판매로 인해서 부품공급을 비롯한 정비 및 유지 사업을 통해 지속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하다. 나토(NATO) 회원국의 연합작전 및 훈련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폴란드에 우리 방산제품을 수출하는 것은 인접국가 뿐만 아니라 나토 회원국에 대한 새로운 수출 기회에 확보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방위산업이 국가안보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구매국의 정치적 상황 변화는 구매 결정에 있어 중요한 변수이다. 지난 15일 폴란드 총선에서 현 집권 여당 ‘법과 정의당’이 기대와 달리 과반 의석 획득에 실패했다. 친 유럽연합(EU) 성향의 야당연합이 과반 이상 의석을 차지하면서, 한국산 무기 도입 등으로 군사력 증강을 정책 이슈로 홍보한 현 집권 여당의 정치적 입지가 위축되었다. 독일을 포함한 일부 유럽 국가들이 한국산 무기체계가 유럽 지역에서 확대되는 것에 대한 반감을 이미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호주 정권교체이 교체되면서 궤도형 장갑차 도입을 위한 사업자 선정이 1년 미뤄졌고 물량도 대폭 축소되었다.

국회와 정부는 냉전 종식 이후 안보 위기가 최고조로 점증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 중동, 아시아 지역에서 무기구매 소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대한민국 방산수출은 여야를 떠나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 창출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글로벌 국격을 격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국회와 정부는 재정 금융 지원과 같은 당장 시급한 현안 뿐만 아니라 장기적 전략을 계획하고 이행하기 위해 초당적 협력을 더 이상 늦추어선 안 될 것이다.



박진호 필자 주요 이력 

▷정부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위원 ▷제20대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 ▷독일 뮌헨안보회의(MSC) '영리더'(한국 대표) ▷국회 아시아정당국제회의(ICAPP)의원연맹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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