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로부터 국가 차원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맡아, 수도 리야드 등 5개 도시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성사된 사업 규모는 약 1억달러(1350억원)에 달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네이버의 첫 대규모 중동 사업이다. 나아가 스마트시티 조성을 위한 필수 인프라인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을 한국 IT기업이 주도하게 된 사례로 꼽힌다. 프로젝트에서 네이버는 한국·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지속적인 협업 기회를 발굴하고 양쪽을 잇는 채널 역할을, 네이버랩스는 첨단 기술의 고도화를, 네이버클라우드는 안정적인 클라우드 기술과 비즈니스를 지원할 방침이다.
네이버는 향후 5년간 리야드를 비롯해 메디나, 제다, 담맘, 메카 등 5개 도시들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기반의 3D 디지털 모델링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운영한다. 사우디는 이를 도시 계획, 모니터링, 홍수 예측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사우디 국민들의 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공공 디지털 서비스를 한국 대표 IT기업이 첫 단계부터 구축하고, 서비스까지 직접 운영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후 네이버는 지난 3월 자치행정주택부와 사우디의 국가 디지털 전환(DX)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어 10월 압둘라 알스와하(Abdullah Alswaha) 통신정보기술부 장관 등 사우디 주요 정부 관계자들이 총 아홉 차례 네이버 사옥인 '1784'에 직접 방문했다. 1784는 세계 최초의 '로봇 친화' 빌딩을 표방한 건물로 사우디에 소개한 네이버의 다양한 첨단 기술들이 실증되고 있다. 네이버는 이어 이달 말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카타르 방문 일정에도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고, 이번 방문과 함께 최종적으로 사업이 성사됐다.
네이버는 이번 프로젝트 수주로 스마트시티 등 차세대 미래형 도시 구축 분야에서 자사가 갖춘 기술 경쟁력을 전세계에 증명했다고 보고 있다. 10cm 내외의 오차범위로 도시 전체를 정밀하게 구현·복제할 수 있는 원천 기술부터 매핑 로봇, 데이터 처리 인프라까지 자체 개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토대로 확립한 대규모 실내 공간 매핑 기술도 주목할 만하다.
네이버 관계자는 "수많은 글로벌 기술 기업들을 뒤로 하고 네이버와 손잡게 된 배경에는 '팀 네이버'가 갖춘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이 자리잡고 있다"며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가 진행한 글로벌 유수 기업들 간 기술 비교에서도 네이버가 가장 빠르면서도 확장성 높은 디지털 트윈 결과물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트윈은 장기적인 구축과 더불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도시·국가 단위의 인프라이자 플랫폼인 만큼, 1784 이후에도 꾸준히 고도화해 온 AI·로봇·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들을 총망라해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네이버는 또 이번 프로젝트 수주로 국내 기관과 스타트업의 중동 진출도 활발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가 구축할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은 스타트업과 전문 기관 등도 활용 가능한 오픈 플랫폼이다. 시뮬레이터를 통한 스마트시티 설계, 도시 물 관리, 실감형 부동산, 서비스 로봇, 자율주행 모빌리티, 도로 단위 교통 정보, AI 지도 등 다양한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다. 이미 LX,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네이버와 MOU를 맺고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관련 협업을 한 바 있다.
또 이번 사업을 계기로 사우디 현지 법인 설립은 물론 중동 지역 클라우드 리전 구축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네이버의 초거대 AI와 클라우드를 활용해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의 정책 현안을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 진행 중인 논의 역시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기업정부간거래(B2G)·기업간거래(B2B) IT기술 수출을 축으로 네이버는 중동 비즈니스도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정책 대표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탄탄한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2의 중동 수출 붐을 이끌어 보겠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네이버가 IT 스타트업들의 중동 수출에 대한 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