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비용 상승과 가맹점 수수료 수입 감소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카드사들이 소위 말하는 '알짜 카드'를 잇따라 단종하고 있다. 대신 연회비가 높은 프리미엄 카드와 특정 사업자와 제휴해 집중된 혜택을 제공하는 상업자표시 신용카드(PLCC‧Private Label Credit Card)는 경쟁적으로 출시하며 실속 챙기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2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단종된 신용‧체크카드 수는 281개(신용 247개‧체크 34개)다. 협회가 카드 단종 수를 취합한 2017년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2021년에는 209개, 지난해에는 116개가 단종됐다. 쇼핑 카드로 인기를 끌었던 국민카드 '탄탄대로' 시리즈를 포함해 교육비 할인 혜택이 좋은 신한카드 '더 레이디 클래식', 현대카드 스테디셀러 '제로 모바일 에디션2'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연회비가 붙는 '프리미엄 카드'는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고금리로 인한 조달비용 상승과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저하된 수익성을 만회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카드는 비교적 고소비층 고객을 유치하기 용이하고 일반 상품 대비 연회비가 높은 만큼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의 1분기 연회비 수익은 3160억원으로 전년 동기(2955억원)에 비해 6.6% 늘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수익성 악화를 어느 정도 방어해주는 것이 연회비"라고 말했다.
PLCC 발급량도 늘고 있다. PLCC는 카드사가 특정 기업과 제휴해 해당 기업의 적립·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용카드다. 마케팅비와 운영비 등을 분담할 수 있어 카드사로서는 비용 절감에 효과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발급된 PLCC는 총 733만8677장으로, 1년 전보다 112만7855장 증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카드사 행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결국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혜택이 좋은 카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비싼 연회비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에 따르면 상반기에 출시된 주요 신용카드 59종의 연회비 평균이 8만3453원이었다. 지난해 출시된 주요 신용카드 76종의 연회비 평균 3만8171원 대비 119% 증가했다. PLCC는 특정 기업에만 혜택이 집중되기 때문에 범용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유 의원은 "PLCC 발급량이 늘면서 휴면 상태인 카드가 늘면서 소비자의 연회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PLCC 확장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금융당국은 책임감 있는 감시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