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 100개로 주가 12배 올린 영풍제지…"금융당국 선제조치 강화해야"

2023-10-23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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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제지 주가조작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 4월 무더기 하한가, '라덕연 사태' 이후 모니터링을 강화했지만 비슷한 형태의 주가조작 사태가 터지며 금융당국이 한층 더 강화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영풍제지의 시세조종 의혹을 처음으로 발견, 조사에 착수한 시기는 지난 8월인 것으로 확인됐다. 주가는 지난해 10월 20일 2895원(무상증자 전 기준)에서 8월 초 4만7000원대까지 급등한 이후였다. 1년도 안돼 주가가 17배 급등했다. 
하지만 수사가 본격화되고 거래가 정지된 것은 지난 19일이었다. 직전 4만8400원까지 급등한 뒤 돌연 하한가를 기록해 3만3900원에 거래정지됐다. 

금감원은 약 한 달간 영풍제지 관련 매매자료 1년치를 분석하고, 혐의계좌 등 자금 경로를 파악했다. 이후 강제수사를 위해 지난 9월 증권선물위원장 패스트트랙(긴급조치) 결정을 받고, 서울남부지검으로 사건을 이첩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4월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당시 라덕연 일당이 시세조종한 사실이 드러난 후 이상거래 모니터링 대상 및 기간을 확대했다.

영풍제지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모씨와 이모씨 등 피의자는 약 100개에 이르는 계좌를 동원해 범행은폐를 시도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11개월간 12배 이상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라덕연 일당은 투자 동호회 명목으로 동원된 다수 계좌를 이용해 거래량이 적은 대성홀딩스 등 8개 종목 주가를 끌어올린 뒤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조작했다. 라덕연 사태와 비슷한 방식으로 주가 조정이 이뤄졌지만 하루 주가 변동폭이 크지 않아 이상 거래 적출 시스템에 걸리지 않았다.
 
연이어 주가조작 사태가 터지며 금융당국이 관련 조치를 강화하고 있지만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영풍제지 사태에서 시세조종 세력들이 개설한 계좌 대부분은 키움증권으로 나타나 당국과 키움증권의 안이한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은 올초부터 지난 7월까지 영풍제지 증거금을 100%로 상향 설정했다. 반면 키움증권은 지난 18일까지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하다가 거래정지 당일인 19일에서야 100%로 올렸다.
 
증거금률이 100%로 설정된 종목은 현금으로만 매수할 수 있기 때문에 미수거래가 차단된다. 키움증권은 현재 영풍제지 하한가로 미수금 4943억원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상반기 순이익 4258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할 예정”이라며 “고객 변제에 따라 최종 미수채권 금액은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키움증권 규모를 감안했을 때 부실한 리스크 관리체계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금융당국의 이상거래 종목에 대한 가이드라인 필요성도 제기됐다. 의심거래 포착 시 즉각 거래정지를 비롯해 조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도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일부 미흡한 모습이 보인다”며 “금융당국도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이상거래 정황이 포착된 종목에 대한 선제적인 제도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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