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최근 KDB생명 인수를 포기하면서 사모펀드로의 매각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보험 시장에 매물로 나온 ABL생명과 MG손해보험 등도 사모펀드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권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수 후 엑시트(지분매각)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 주목적인 사모펀드로 주인이 바뀔 경우 장기적 기업 체질 개선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19일 KDB생명을 보유한 산업은행 관계자는 추후 KDB생명의 매각 계획과 관련해 "현재 KDB생명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과 함께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한 처리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향후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아직 없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보험권 일각에선 최근 매물로 나온 중소 보험사들 입찰에 사모펀드들이 잇따라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과 맞물려, KDB생명 역시 추후 사모펀드로의 매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히 보험권에서 매물이 나올 때마다 사모펀드들의 참여가 끊이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관련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현재 롯데·MG손보의 최대주주는 각각 JKL파트너스와 JC파트너스다. ABL생명과 MG손해보험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곳도 사모펀드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국엔 KB금융과 손잡고 KB라이프생명으로 거듭났지만, 지난 2020년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도 MBK파트너스 등 다수 사모펀드들이 참여했다.
이 같은 사모펀드의 보험시장 러시에 불신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통상 엑시트를 통한 단기 이익에 치중하는 사모펀드 특성상 장기적 기업 체질 개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반복적인 주인 교체로 내부 혼란이 가중될 수 있고, 피인수 보험사의 신용도 저하 가능성 및 계약자들의 피해 역시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MG손보의 경우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부실금융기관 지정을 받았다. 금융위는 당시 MG손보의 부채가 자산보다 1139억원 많으며 경영 정상화 계획도 불충분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후 금융위 산하 예금보험공사 주도로 매각이 진행됐다. 그러나 JC파트너스가 당국의 입찰 절차를 중단해 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사법리스크가 여전해 좀처럼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마감된 정부 주도 MG손보 매각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없었으며, 이달엔 사모펀드 한 곳만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서 매각이 불발됐다.
롯데손보는 최대주주 변경 후 실적 반등을 이루기는 했지만, 또 한번의 주인 교체를 준비하고 있다. JKL파트너스는 최근 롯데손보 매각을 본격화하기 위해 매각주관사로 JP모간을 선정했다.
보험권 관계자는 "보험사는 타 금융권과 달리 최소 3~5년 일정 규모의 투자를 통한 매출 증대와 안정화를 통해 이익을 구현하는 장기성을 띤다"며 "단기 이익에 치중하는 사모펀드가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를 키울 수 있는 안정된 금융자본의 시장 참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