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 중심이었던 청와대는 국민 품에 안긴 지 1년여 만에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급부상했다. 광화문 월대와 덕수궁 돈덕전 등 일제에 의해 변형·훼철됐던 궁궐(경복·창덕·창경·덕수·경희) 곳곳도 복원을 마치고 역사적 가치를 되찾았다.
제2회 청와대·서울 5대 궁궐 트레킹 행사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팍팍한 일상에서 벗어나 천천히 걸으며 마주한,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역사 공간들을 소개한다.
◆청와대부터 북악산 일대 자연과 역사·문화가 공존하는 명소
청와대는 지난해 국민 품에 안긴 후 청와대 일대와 북악산 등산로까지 연결되는 '힐링 코스'가 탄생했다. 청와대로 단절됐던 '한양도심축(북악산~서울성곽~숙정문~청와대~경복궁, 광화문~덕수궁~태평로~남대문)'도 복원됐다.전통 목구조와 궁궐 건축 양식을 기본으로 건물을 짓고 15만여 개 청기와를 이은 본관을 비롯해 대통령과 그 가족이 생활했던 대통령 관저, 외국 대통령이나 총리가 방문했을 때 만찬과 연회 등을 베푸는 '영빈관' 등은 개방 직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베일에 싸여 있던 집무실과 접견실은 물론 최고의 정원으로 불리는 녹지원과 상춘재는 놓쳐서는 안 되는 관람 명소다.
특히 청와대 노거수 여섯 그루는 역사적·학술적·경관적 가치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2022년 10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녹지원의 반송 1주와 회화나무 3주, 상춘재의 말채나무 등은 웅장함마저 느껴진다.
◆자연과 어우러진 '서울 5대 궁궐' 가을 정취를 품다
서울 한복판에는 조선 왕조 역사와 애환을 담은 5대 궁궐이 자리한다. 경복궁과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이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훈령에 따라 한복 착용자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경복궁 남쪽에 위치한 광화문은 100여 년 만에 옛 모습을 찾았다.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 앞 월대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임금과 백성이 만나 소통하던 장소로, 일제강점기 때 훼철됐다.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자였던 기존 광화문 현판은 검정 바탕에 동판을 도금한 금빛 글자 '光化門(광화문)'으로 바꿨다. 글자는 경복궁 중건 당시 훈련대장이자 영건도감 제조였던 임태영이 한자로 쓴 것을 그대로 따랐다.
경복궁 '경회루'는 이미 유명한 관광 명소로 부상했다. 잔잔한 연못과 어우러져 일렁이는 경회루 자태를 감상할 수 있다.
연못 한가운데 선 육각형 정자 '향원정'을 비롯해 왕이 실무를 보던 장소인 '사정전', 왕의 침실인 '강녕전', 왕비가 머물렀던 '교태전'도 꼭 들러볼 공간이다.
창덕궁은 한국 정서와 사상이 가장 깊이 스민 궁궐이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주변 자연환경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창덕궁 후원 깊은 골짜기에는 '옥류천'이 흐른다. 옥같이 맑게 흐르는 시냇물이라는 뜻이다. 후원의 첫 번째 중심 정원인 '부용정'과 '애련지'는 사시사철 제각각 매력을 품고 있다.
가장 비극적인 역사를 지닌 궁궐 '창경궁'을 둘러본다.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창경궁을 헐고 동물원과 식물원을 세웠다가 1983년 복원 사업을 진행해 지금 창경궁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1909년 완공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온실 '대온실'을 이곳 창경궁에서 마주할 수 있다.
창경궁 정전인 명전전은 가장 오래된 정전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국보 226호로 지정됐다.
덕수궁은 서울에서 제일 먼저 근대 유럽 신고전주의 건축 양식을 받아들였다.
1910년 고종이 침전과 편전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건물인 덕수궁 석조전은 조선시대 전통과 다른 유럽식으로 지어진 건축물로 다른 궁궐과는 다른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돈덕전도 있다. 대한제국 당시 고종 즉위 40주년 기념 행사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1902~1903년에 지은 공간으로, 일제에 의해 헐렸다가 2017년 발굴조사를 시작으로 약 6년 만에 완성하고 지난 9월 개관했다.
대한제국 외교의 중심 공간이었던 역사적 의미를 살리면서도 내부 공간을 전시실과 도서 자료실, 문화·예술 행사 공간으로 꾸며 활용도를 높였다.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 정동길에 접어들면 경희궁에 다다른다. 경희궁은 1617년 광해군 때 지어진 궁궐로 임진왜란 때 불에 탄 후 19세기 대규모 중건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춰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