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에 대해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공시가격 검증센터'를 설치한다. 또 부동산 공시가격에 대한 투명성 확보를 위해 '공동주택 실명제'를 도입하고, 아파트 층과 향, 조망, 소음 등에 등급을 매겨 공개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선 방안이 공시가격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나 대대적인 변화는 담고 있지 않아 공시가격 신뢰도 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좀 더 근본적인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공시가격제도는 1989년 도입 이후 조세, 건보료, 부담금, 복지제도, 토지보상 등 67개 행정제도에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산정 근거가 공개되지 않고 층별 효용비(공동주택), 비준율(개별 부동산) 등 가격 형성 요인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꾸준히 지적됐다. 게다가 부동산원이 표준주택과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조사·산정하면서 검증업무도 함께 수행해 '셀프 검증' 체계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국토부는 국정과제로 부동산 공시제도 개선을 추진해 전문가·유관기관과 논의를 거쳐 방안을 마련했다.
이번 개선 방안에서는 지방자치단체에 '공시가격 검증센터'를 설치해 지자체의 공시가격 검토 기능을 확대하기로 했다. 공시가격 검증센터와 부동산원, 감정평가사 간 협업 체계를 구축해 부동산 가격 산정(평가)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가격 산정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국토부는 올해 서울시와 협업해 센터 운영과 관련된 제도를 설계하고 2024년부터는 타 지자체로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
'셀프 검증' 체계도 손본다. 공시가격 산정 주체와 이의신청 검토 주체를 이원화하는 '선수·심판 분리'를 통해 사후구제에 대한 공정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정부는 공시가격 검증센터에 이의 신청에 대한 1차 검토 권한을 부여하고 위원회가 심의하도록 절차를 개선하기로 했다.
개별 아파트 특수성을 감안한 방안도 나왔다. 내년부터는 아파트 층·향·조망 등 가격 결정 요인에 등급을 매겨 단계적으로 공개한다. 국민 관심도가 높고 등급화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층·향별 등급은 2024년 상반기 우선 공개할 예정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이번 개선 방안에 대해 "정부에서 표본 숫자를 늘리고, 조사 인력을 확대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체적 개편을 하게 되면 신뢰도를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공시가격 제도에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본다"며 "적정 시세와 실제 공시가격 간 갭(차이)이 어느 정도 되는지 평균 가격이 아닌 일률적 기준이 제시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공시가격 상향에 적용되는 기준을 분명하게 하는 등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