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1080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또다시 갈아치웠다. 금융당국의 주택대출 규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부동산대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서만 6조원 이상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이 뒤늦게 50년 만기 주담대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가운데 그에 따른 대출 축소 효과는 오는 10월부터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월간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 중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 규모는 전월 대비 4조9000억원 증가한 1079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은이 가계대출 관련 통계를 산출하기 시작한 이래 사상 최대치다. 증가 폭은 전월(6조9000억원) 대비 감소하긴 했으나 은행 가계대출은 반 년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 규모는 추석 명절 상여금 유입과 부실채권 매상각 등 계절적 요인 영향으로 전월 대비 1조3000억원 감소한 244조7000억 원에 머물렀다. 기타대출은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 등 영향으로 최근 꾸준히 감소해 올들어 9월까지 누적 13조1000억원 가량이 줄어들었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담대 규모는 추석 명절 기간 등과 겹쳐 은행 영업일 수가 줄었고 금융권 대출 취급조건 강화 영향이 더해져 증가폭이 축소된 측면이 있다"면서 "이번 가계대출 증가폭 축소는 대부분 (주담대가 아닌) 기타대출 감소 영향이 반영됐고 계절적 요인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시장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대출 규모는 당분간 더 늘어날 여지가 높다. 윤 차장은 "올해에는 주택경기를 둘러싼 불확실성, 대출금리의 향방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 확답을 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통상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9월에 비해 10~11월에 확대되었다가 연말에는 계절적 비수기, 상여금 유입 등으로 다시 축소되는 패턴을 보여왔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에 제동을 걸겠다며 뒤늦게 50년 만기 주담대 기준 강화 및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조기 중단 등에 나선 만큼 관련 효과가 곧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고금리 장기화 기조 속 주택경기 전개 양상도 변수로 꼽힌다. 윤 차장은 "당국 조치는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의 공급을 일부 제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주택계약 체결(대출신청) 이후 대출 실행까지의 시차를 고려할 때 10월 이후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