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가 '5차 중동 전쟁'으로 확전되면 우리로서는 미국·이스라엘 편에 서야 하지만 에너지 대부분을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정상 외교 성과로 강조된 원전·방산·건설 등 분야에서 기대하고 있는 '제2 중동 붐' 구상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제 유가 급등이 중국 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다면 대중 수출 추가 악화까지 염두에 둬야 할 판이다. 전문가들은 산업·안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략적 대응이 절실하다고 조언한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금융시장·실물경제 점검회의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를 거론하며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라고 당부했다.
다만 국제 유가 흐름이 심상치 않다. 추 부총리는 "(국제 유가) 변동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향후 국내 에너지 수급 차질로 이어지지 않도록 산업통상자원부, 유관기관과 함께 철저히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원유 생산지가 아니지만 주변이 모두 산유국이라 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하마스 배후로 의심받는 이란과 이스라엘 우방인 미국이 참전할 가능성, 팔레스타인 지지에 나선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인해 중동 정세는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이란이 확실한 배후 세력으로 밝혀지면 미국의 추가 제재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이란은 중국·시리아 등에 원유를 수출 중인데 미국이 이를 막아선다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
국제 유가 상승은 중국 경제 회복에 타격을 줄 변수라 올 하반기 대중 수출 확대를 통해 반등을 노렸던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중동 정세 불안을 고려한 종합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50년 전 발생한 4차 중동전쟁 당시 우리나라는 석유 수급 안정을 위해 '친(親)아랍'으로 외교 노선을 전환하고 이스라엘과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이후 산업이 고도화하면서 단순히 석유 문제만으로 진영을 결정할 수 있는 시대가 지난 만큼 안보에 산업을 더한 '경제안보' 관점에서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은 외교나 안보 정책이 산업 정책과 항상 연결되는 시대"라며 "반도체 또는 4차 산업혁명 등 필수 소재에 대해 블록화가 진전되는 상황이라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되지 않을 전략적 선택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