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가 세계 외환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엔화, 유로화 등 주요 통화를 비롯해 원화 가치도 심리적 저항선까지 고꾸라질 형국이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에 글로벌 시중 자금이 안전자산인 달러로 쏠리면서 각국 통화가 맥을 못 추고 있다. 다만 미국 경제가 둔화하면서 강달러 현상이 연말에는 수그러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4일(현지시간)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4.884%까지 오르는 등 16년 만에 최고치 수준에 머무르며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강달러 현상이 다시 나타났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0.8% 선을 돌파하는 등 장기 금리도 들썩이고 있다. 일본은행은 국채 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지난 4일 5~10년 만기인 일본 국채 6750억엔 상당을 시장에서 사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물 국채 금리는 여전히 0.8%를 웃돌고 있다.
일본 외환시장의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일본은행이 이른 시일 내에 매파로 선회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지난 2일 공개된 일본은행 통화 정책회의 요약본에 따르면 정책 심의위원들은 수익률곡선통제(YCC) 폐지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 위원들은 YCC의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폐지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또 다른 위원들은 미래 전망에 대한 불투명 등을 근거로 들며 신중론을 폈다.
강달러에 유로화와 원화도 위태로운 모습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매파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로화는 연일 힘을 잃고 있다. ECB는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 시장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올린 4.5%로 결정하며 10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는 유로존 출범 이후 가장 높은 금리다.
그러나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유로화 가치와 미국 달러 가치가 1대1 등가로 교환되는 패리티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유로화 가치는 1유로당 1.05달러 선에 거래되며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유로화는 3분기에만 달러 대비 3% 하락했다.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유로존 경제가 휘청이면서 유로화 가치는 더 하락할 수 있다. 로이터는 "유로존 경제는 특히 고유가에 노출돼 있어서 침체된 경제와 통화를 더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며 "유로는 유가 상승에 취약하다"고 짚었다.
한국 원화도 불안정하긴 마찬가지다. 전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360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 경기 둔화에 따른 달러화 약세 전환과 한국 제조업 경기 회복 영향으로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4분기 중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한국) 제조업 경기 회복과 연동된 원화 펀더멘털 개선은 원·달러 환율 하락을 뒷받침할 요인"이라며 향후 1~2개월 내에 약달러 전환으로 원화 가치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