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과기정통부 핀셋 검증에…연내 韓 출시 물 건너간 스타링크

2023-10-0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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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시작 2024년으로 또 변경…'디지털 쇄국' 지적도

"선내 초고속 인터넷 필요한데…" 해수부 사업도 차질

Timed exposure of the SpaceX Falcon 9 rocket as it launches 22 Starlink satellites on mission 6-14 at 1112 PM from Launch Complex 40 at the Cape Canaveral Space Force Station Florida on Friday September 8 2023 Photo by Joe MarinoUPI2023-09-09 13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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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팰컨9 발사체로 스타링크용 저궤도 위성을 쏘아올리는 모습. [사진=UPI·연합뉴스]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 국내 서비스 시기가 결국 내년으로 연기됐다. 정부가 스페이스X가 사용을 요청한 Ku밴드(12~18㎓) 주파수 대역에서 국내 서비스와 혼간섭은 없는지 핀셋 검증에 나섰기 때문이다. 연내 해상에서 초고속 인터넷 사용을 기대하던 선원들을 중심으로 실망감이 커질 전망이다.

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최근 스타링크 홈페이지를 통해 국내 서비스 시기를 2024년으로 변경 공지했다. 지난 5월 서비스 시기를 올해 2분기에서 4분기로 변경한 것에 이은 두 번째 변경 공지다.

스타링크 국내 서비스 시기가 지속해서 연기되는 이유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서 국경 간 공급 승인을 아직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외 통신 기업이 국내에서 통신사업(저궤도 위성 인터넷)을 하려면 정부에서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위성 인터넷에 필요한 인프라인 저궤도 위성은 미국 법인인 스페이스X 소유다. 반면 국내 법인인 스타링크코리아는 별도의 통신 인프라 없이 스페이스X의 위성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선설비 미보유 기간통신사업자다. 위성 인터넷 서비스 도중 문제가 생기면 한국 정부의 법적 규제가 닿지 않는 스페이스X에 책임 소재를 묻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국내 서비스 도중 이용자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꼼꼼히 점검하자는 게 국경 간 공급 승인 제도의 취지다. 정부의 규제관할권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경 간 공급 승인에 앞서 스타링크가 사용을 요청한 Ku밴드에서 기존 국내 위성·서비스와 주파수 혼간섭이 없는지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며 "언제 점검이 마무리될지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관련 당국의 연내 사업 승인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스페이스X도 국내 서비스 시기를 연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엔 분기 단위로 서비스 예상 시기를 표기했지만, 이번에는 2024년 전체로 예상 시기를 확대하며 사업 불확실성이 커졌음을 암시했다.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국내 서비스를 위해 지난 1월 5일 과기정통부에 기간통신사업자 등록과 국경 간 공급 승인을 요청했다. 이어 3월 8일에는 국내 사업을 위한 유한책임회사인 스타링크코리아를 설립했다.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은 5월 초 마무리됐지만 국경 간 공급 승인 절차는 진행 중이다.

일각에선 사실상 국내에만 있는 규제인 국경 간 공급 승인이 '디지털 쇄국'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이 제도는 한국과 대만에만 있는 독특한 규제다. 대만에서도 사실상 사문화돼 한국에서만 해외 위성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는 장벽 역할을 하고 있다. 일례로 한국보다 더 많은 위성을 운용하며 Ku밴드 주파수를 활용하는 일본에선 스타링크가 진작에 서비스를 시작해 도서 지역 인터넷 접근성 향상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해당 승인이 늦어지는 게 특정 해외 사업자를 규제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국내 기업인 한화시스템이 영국의 민간우주 기업 원웹과 공동으로 위성 인터넷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국경 간 공급 승인을 요청하더라도 동일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게 과기정통부 측 설명이다. 

스타링크 국내 도입이 늦어짐에 따라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운협회가 선원 복지 향상을 위해 추진하려던 연내 스타링크 시범 도입 사업도 연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해수부는 지난 7월 선원들이 육상과 동일한 수준으로 모바일‧인터넷 이용이 가능하도록 일부 선박에 스타링크를 시범 설치하고 향후 전 외양선박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한국해운협회는 스타링크의 국내 기업 간 거래(B2B) 총판 계약을 맺은 SK텔링크와 KT SAT에 접촉했으나 아직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는 답변만 받았다. 기존 선박용 위성 인터넷은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게 한계였으나, 스타링크는 LTE보다 빠른 속도로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10년차 외양선원 A씨(42)는 "외양선박은 항구에 입항해야만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어 세상과 단절된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선내에서 초고속 인터넷이 가능해지면 젊은 선원들이 외로움을 참지 못하고 배에서 내리는 것을 막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스타링크 도입 지연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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