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해 일생을 헌신한 ‘박카스의 아버지’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이 3일 별세했다. 향년 96세.
‘제약업계 역사 그 자체’로 불리는 고(故) 강 명예회장 이름에는 ‘업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익숙하다. 그는 1980년 경기 안양에 우수의약품 제조관리기준(KGMP)에 맞는 현대식 공장을 준공하면서 5년 뒤엔 업계 최초로 GMP 시설로 지정받았다. 1977년 기업부설 연구소 설립은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로 고 강 명예회장 신념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꼽힌다.
고 강 명예회장은 제네릭(복제약)이 주를 이뤘던 국내 제약산업을 신약 개발의 길로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1991년 최초로 합성한 아드리아마이신 유도체 항암제 ‘DA-125’를 탄생시켰다. DA-125는 1994년 보건복지부에서 국내 최초로 임상시험용 의약품으로 승인받으면서 국내 신약 개발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국내 최초이자 세계 네 번째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를 포함해 항생제 ‘시벡스트’로, 당뇨병 치료제 ‘슈가논’ 등 국산 신약 개발을 이끌었다.
인재 확보에도 적극적이었다. 대표적으로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경기 용인에 인재개발원을 세워 사원 교육을 제도화한 바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로 ‘사회’라는 의미가 담긴 ‘쏘시오(SOCIO)’라는 단어를 기업명에 넣어 1994년 동아제약그룹을 동아쏘시오그룹으로 바꾼 것도 고 강 명예회장 의지였다.
제약산업 경영인으로는 최초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은 주인공 역시 고 강 명예회장이다. 그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장을 맡아 11년간 산업계에 기술개발 활동을 지원하고 정부 정책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1993년 신기술 인정 제도를 마련해 성공적으로 운영했으며 이 같은 노력 덕분에 고 강 명예회장은 2002년 과학기술 분야 최고 훈장인 창조장을 수훈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이날 별세한 고 강 명예회장에 대해 사회적 책임과 소명을 다한 ‘경제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강 회장은 29~30대 한경협 회장을 맡아 경제사절단으로 전 세계를 누비며 민간외교관으로 활동했다”며 “2005년 APEC CEO 서밋을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한미, 한중, 한일 재계회의를 비롯한 해외 경제인들과의 행사를 주재해 한국경제의 성장비전과 우리 기업의 역량을 널리 알렸다”고 회상했다.
기업 상생의 모델을 앞서 제시했던 고 강 명예회장의 일화도 추억했다. 그는 “2004년 1사1촌 운동을 출범해 농촌 경제 살리기를 모색했고 2005년 중소기업협력센터 출범으로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 사업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길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류 회장은 “신약개발과 수출을 향한 쉼 없는 장인정신의 발현은 직접 작명했던 박카스, 판피린, 자이데나, 서큐란 등 수 많은 제품명에 남아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