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발 묶인 재정준칙 법제화…올해도 물 건너 가나

2023-09-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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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비협조…총선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

사진기획재정부
[사진=기획재정부]

재정준칙 법제화가 1년째 공회전하고 있다. 정기국회 본회의 일정이 11월로 연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올해 통과 여부 자체가 불투명하게 됐다.

정부·여당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재정준칙 법제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야당과의 이견이 큰 상황이다.
28일 국회 등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 초과 시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2%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재정준칙법안은 2020년 9월 국회에 상정됐지만 3년째 소관 상임위 소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최근에서야 여야는 수정안을 바탕으로 소위에서 논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정안은 재난 등 예외적인 상황으로 재정준칙의 상한을 어겼을 때 그다음 해에 세계잉여금의 100%를 채무 상환에 갚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재정준칙이 없는 나라는 튀르키예와 한국뿐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달 초 준칙 법제화를 재차 권고하고 나섰다.

문제는 재정준칙 도입 전반에 대한 관심은 이미 후순위로 밀려났다는 데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등 정치 이슈로 여야가 대치를 이어가고 있어 21대 마지막 정기국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둬 재정준칙 도입 논의가 새롭게 탄력을 받기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그간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했지만 실제로는 3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주장하는 등 재정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소야대'인 현 국회 구도상 올해 법안 처리는 물 건너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 국회에서는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재정준칙 안건은 내봐야 별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준칙 도입 논의가 속도를 못 내는 사이 재정건전성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7월 중앙정부 채무는 1097조8000억원에 달해 지난해 말보다 64조4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67조9000억원에 달해 정부의 올해 연말 예상치(58조2000억원 적자)보다 적자폭이 컸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올해 말 82조 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정부가 예상한 올해 명목 GDP(2235조 원)의 3.7%에 이른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3%를 넘어서는 것은 2020년(-5.8%), 2021년(-4.4%), 2022년(-5.4%)에 이어 4년째가 된다.

정치권 상황과 별개로 정부는 연내 재정준칙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은 세수결손이 심각하지만 재정준칙이 법제화된 후 실제 법안이 적용되는 2025년부터는 세수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병서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은 26일 열린 '제11회 한-OECD 국제재정포럼'에서 "2024년도에도 계속해서 재정 구조를 개선하는 데에 역점을 두고 이를 통해 약 23조 원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관리재정수지를 GDP의 3% 이내로 관리하는 등 재정준칙 도입 역시 차질 없이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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