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시장이 위축되며 투자은행(IB)들이 재간접, 세컨더리 펀드 등 대체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과거와 달리 국내 자산운용사와 해외 자산운용사들이 서로 노하우를 공유하며 합종연횡 하는 등 활로를 찾고 있어 주목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글로벌 자산운용사 베일리기포드는 신영자산운용과 손을 잡고 재간접 펀드를 출시했다. 베일리기포드가 투자 중인 장기 글로벌 성장주 펀드 LTGG에 재투자하는 상품이다. 재간접펀드는 직접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대신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펀드에 재투자한다.
외국계 자산운용사는 재간접 펀드를 비롯한 대체투자 경험이 풍부하지만 국내 소재지가 없어 리테일 사업 라이선스가 없다. 국내자산운용사와 협력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경우 액티브 펀드만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져 협업을 통해 수익을 높이고 해외 투자 노하우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
임서홍 베일리기포드 한국 총괄 대표는 "외국계 금융사들은 국내 시장에서 리테일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 운용사에서 펀드 비히클(형태)을 만들어주면 비히클을 통해서 재간접으로 투자하는 펀드 상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컨더리 펀드 투자 역시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세컨더리펀드는 사모펀드, 벤처캐피털(VC) 등이 보유한 지분(구주)을 인수하는 펀드를 뜻한다.
지난 20일 골드만삭스는 한국시장을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인 19조9600억원 규모의 세컨더리 펀드를 결성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시장에 투자한다. 소프트뱅크벤처스 역시 300억원 규모의 '에스브이에이 2023 세컨더리 투자조합'을 결성한 바 있다.
우리 정부도 대체투자 상품 확대를 지원하고 나섰다. 정부 차원에서 벤처투자자들이 후속투자를 손쉽게 받을 수 있도록 만기도래 펀드 지분을 인수하는 세컨더리 펀드 조성을 추진한 것이 좋은 예다. 산업은행에서 1200억원, 민간부문이 2800억원을 출자했다.
시장에서는 사모펀드(PEF)에게 경영권을 매각하는 세컨더리 바이아웃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 6월 인프라펀드를 통해 국내 PEF IMM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에어퍼스트 지분 30%를 약 1조1000억원에 사들였다.
글로벌 3대 PEF 운용사인 스웨덴 PEF EQT파트너스는 국내 2위 보안업체인 SK쉴더스 지분 약 70%를 3조원에 인수한 바 있다. 맥쿼리자산운용, 케이스톤파트너스, 대신 PE 등이 보유하던 지분을 매입한 세컨더리 딜이다. MBK파트너스가 2조4250억원에 인수했던 메디트의 기존 주주 역시 UCK파트너스로 세컨더리 바이아웃 거래 형태를 띠고 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그동안 PEF 결성액 증가와 신생운용사의 시장참여 증가로 인해 투자처 발굴은 어려워지며 투자 회수를 위한 세컨더리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