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최근 지속되고 있는 가계부채 증가세와 채무상환 부담 확대,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동산 부실 등을 국내 금융시스템이 직면한 주요 리스크로 꼽았다. 이 같은 취약요인이 확대될 경우 금융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국내 금융불안 수준을 평가하는 금융불안지수(FSI)는 물론 금융취약성지수(FVI)도 근래 반등하며 위기감에 힘을 싣고 있다.
한은은 26일 오전 금통위 정기회의(금융안정회의)를 열고 최근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하고 2023년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의결했다. 이 자리에서 금통위는 "국내 금융시스템은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했다"면서도 "다만 주요국 긴축기조 지속, 국내외 부동산시장 불확실성 등 대내외 리스크 요인이 있는 상황에서 금융불균형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부문 별로는 신용시장이 부동산시장 개선 기대와 대출 접근성 제고, 운전자금 수요 증가 등 영향으로 가계와 기업대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자산시장 가운데 부동산시장은 주택매매가격 상승 기대와 대출 접근성 제고 속 반등 움직임이 확인됐고 주식·채권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움직임 등 대외여건 변화로 변동성이 커졌다. 금융기관의 경우 비은행 등을 중심으로 한 자산건전성 악화에도 손실흡수능력은 여전히 양호한 것으로 분석됐다.
단·장기 금융불안 상황도 악화하는 양상이다. 단기 금융불안 수준을 나타내는 금융불안지수는 16.5(8월 기준)로 소폭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불안지수는 수치가 높을수록 금융불안이 크다는 의미다. 금융불안지수가 8을 넘으면 '주의 단계', 22를 넘으면 '위기 단계'로 분류된다. 중장기적인 금융불균형 정도를 보여주는 금융취약성지수(43.6)도 장기평균(39.1)에 근접해 가다 최근 민간신용 증가세, 자산가격 오름세 등의 영향으로 반등했다.
이에 한은은 대내외 충격 속 금융안정 유지를 위해 관계기관 간 정책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금융시스템 복원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단기적으로 금융시스템 내 잠재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책당국 간 협조 및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금융 취약성 누증요인을 억제하고 금융자원의 효율적 배분 유도, 금융기관의 충격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정책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