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와 중국 배터리 회사 CATL이 미국에 짓기로 한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 신설 계획이 중단됐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허점을 악용했다’는 미 정치권의 계속되는 비판과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이 겹치며 사업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결정은 한국 배터리 업계에는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포드-CATL 합작 공장은 한국 배터리 업계의 미국 시장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게 중론이었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포드는 CTAL과 미국 미시간주에 신설하기로 한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포드는 해당 공장이 경쟁력이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 때까지 건립 계획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또한 합작 공장에 투자를 계속할지에 대한 최종 결정도 미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포드와 CATL이 지난 2월 미국에 35억 달러를 들여 합작 공장을 세우겠다고 발표하자, 공화당을 중심으로 미국 정치권은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 공장은 포드가 지분 100%를 보유하되 CATL은 해당 공장에 기술만 제공하는 게 골자다.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마련한 IRA에는 이런 형태의 합작법인 설립을 막을 수 있는 별도 규정이 없다. 포드가 IRA의 허점을 파고 들어간 셈이다.
이 공장이 한국 배터리 업계의 미국 시장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잇달았던 만큼 한국 배터리 업계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 한국 배터리 업계는 NMC(니켈·망간·코발트)에 주력하나, CATL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에 특화돼 있다. LFP 배터리는 NMC 배터리보다 성능이 떨어지나, 가격이 저렴해 자동차 제조 회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위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포드-CATL 합작공장 발표 후 FT는 “포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배터리 공급을 확보할 수 있다”며 “(포드와 CATL의 계약은) 미국 배터리 시장을 재편하고 한국 기업의 진출을 약화할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
포드가 공장 추진을 중단한 데는 UAW 파업 영향도 있다. UAW가 파업에 나선 원인 중 하나는 전기차 전환이다. 노조는 전기차가 내연차 대비 부품이 적어 생산에 일손이 덜 드는 만큼, 전기차 전환으로 자동차 부문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