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에서도 ‘대장주’로 꼽히는 압구정3구역이 재건축 설계 재공모 절차를 시작하면서 설계업체 간 경쟁이 시작됐다. 앞서 지난 7월 설계자 선정 과정에서 격돌했던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희림)와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해안) 모두 재공모 참여 의사를 밝히며 치열한 2라운드가 펼쳐질 지 관심이 쏠린다.
희림·해안 2파전 반복되나…"비용 부담 크지만 포기 못해"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희림은 압구정3구역의 설계공모에 재도전할 계획이다. 희림 관계자는 "저번 설계 공모 당시 갈등이 있었다 보니 아무래도 부담감은 있지만, 다시 참여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번에는 신통기획안 지침을 잘 준수한 내용으로 공모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 공모 당시 희림과 맞붙어 소송전까지 펼쳤던 해안건축도 설계전에 다시 뛰어든다. 해안 관계자는 "지난 번에는 (경쟁업체 측의) 규정 위반 문제로 혼란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된 잣대로 저희 설계안을 평가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오래 전부터 꾸준히 연구, 준비해온 지역인 만큼 조합원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내용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한차례 설계전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한 이들이 재도전에 나선 것은 '노른자'인 압구정 3구역의 상징성과 사업성 때문이다. 해안건축 관계자는 "당연히 비용 부담이 크지만 3구역은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상당히 의미있는 장소이고 지형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라며 "주어진 여건 내에서 최대한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저희가 생각하는 최적의 건물을 짓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4구역 수주에서 고배를 마시고 5구역 설계공모에 참여하는 건원은 이달 현장설명회에서 경쟁현황을 파악한 뒤 설계공모 참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미 압구정2구역과 4구역 두 곳에서 설계사로 선정된 디에이(DA)건축도 3구역 설계전에는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토문건축은 "설계전에 참여하려면 내부적으로 미리 준비를 해와야 하는데, 새롭게 3구역에 참여하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시 '경고' 여파…입찰지침에 '신통기획 위반·개별홍보 금지' 추가
압구정3구역 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은 지난달 21일 설계공모를 다시 냈다. 예정 설계비는 연면적 ㎡당 2만2000원으로, 총 358억원이 넘는다. 대상지는 강남구 압구정동 369-1 일원 구역 면적 39만9595㎡ 규모로, 압구정 특별계획구역(1~6구역) 중에서도 노른자 입지에 위치하고 사업성이 높은 곳으로 평가받다. 총 가구 수도 6개 구역 중 가장 많은 3926가구로, 재건축을 통해 약 5800가구 규모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지난 5월 냈던 이전 설계지침과 달리 이번에는 '신속통합기획안의 범위를 벗어나 왜곡된 설계제안을 한 경우 해당입찰을 무효로 본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개별홍보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도 추가됐으며, 심사위원 구성에 '당해 업무와 관련된 5급 이상 공무원'을 추가하는 등 새로운 내용이 생겼다. 입찰보증금도 입찰 예정금액의 100분의 5에서 100분의 3으로 바뀌었다. 이달 6일 현장설명회를 열고, 오는 11월 6일까지 응모작품을 접수받는다.
3구역 조합은 지난 7월 설계사 선정 과정에서 서울시 지침을 위반한 설계공모 과정을 강행하다가 결국 재공모를 실시하게 됐다. 앞서 서울시가 규정을 위반한 설계로 희림을 고발하고 공모절차를 멈춰야 한다는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조합은 이를 지키지 않아 모든 결과가 무효화되면서 공모를 새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서울시는 3구역 조합의 설계사 선정과정에서 위법 등 부적정 사례 12건을 적발하기도 했다.
희림과 경쟁했던 해안건축은 지난달 1일 조합을 상대로 '설계사 선정 및 대의원회 계약체결 위임건'에 대한 총회 결의 효력 정지, 설계 계약 체결 등 후속절차 진행을 막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가 이달 초 취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