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알파드 4세대 하이브리드 모델이 국내에 최초 출시됐다. 일본에서 연예인, 기업 임원, 스모선수 등이 주로 이용하는 의전차로 연간 10만대 이상 팔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 미니밴 시장은 기아 카니발이 5만7414대를 판매하며 1위를 점유하고 있다. 도요타코리아는 라이프 다목적차(MPV) 시장을 공략하는 카니발, 시에나와 달리 럭셔리 MPV 시장을 겨냥해 국내 판매 회복에 가속페달을 밟는다는 전략이다.
지난 21일 서울 송파 롯데월드몰에서 경기 가평까지 2열 좌석에 앉아 알파드를 체험했다. 황소 한 마리가 돌진하는 듯한 역동감을 자아내는 디자인이 적용됐다. 후면부에는 최초로 부착된 'OHEV' 마크가 눈에 띄었다. 비욘드 제로라는 슬로건 아래 탄소중립 이상의 가치를 실현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알파드를 타보니 판매물량의 80% 이상이 법인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승하차 시 도움을 주기 위한 손잡이가 B필러에 달려 있어 쉽게 차량에 탑승했다. 전장은 5005mm, 전폭 1850mm, 전고 1950mm다. 2열에서 다리를 끝까지 뻗어도 1열 시트와 거의 닫지 않을 정도로 넓은 공간을 자랑했다. 나파 가죽과 우레탄 소재가 적용된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시트는 최적의 착좌감을 실현했다.
암레스트에 부착된 시트 조작 버튼을 누르면 등받이, 다리 받침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키가 180cm 이상인 서구 성인을 기준으로 제작돼 누구든지 편한 자세로 착좌감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480mm까지 롱 슬라이딩이 가능하다. 승객이 탑승했을 때 시트는 천천히 조절되는 반면 탑승하지 않을 때는 좀 더 빠르게 작동한다.
진동과 소음이 적다는 것은 2열의 최고 장점이다. 도요타는 바디강성을 50% 향상하고 리어 퍼포먼스 브레이스, 구조형 접착제 등을 통해 기존 10~15hz 진동을 3분의1 저감시켰다. 고급 세단 수준의 승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 주행 동안 노트북으로 업무를 했는데 노면이나 턱을 지날 때 노면 진동이 불편하지 않았고 풍절음도 적어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도요타의 핵심 가치인 편의사양(오모테나시)도 대거 적용해 고급 미니밴의 품격을 느낄 수 있었다. 스마트폰 형태의 터치타입 컨트롤러는 2열 좌·우 팔걸이에 개별 탑재돼 공조, 조명, 선셰이드, 오디오, 시트 기능의 제어를 할 수 있었다. 릴렉스 모드 포커스 모드, 에너지 모드에 따라 최초로 적용된 마사지 기능을 이용할 수 있었다.
2열 좌·우 천장에도 선셰이드, 조명 등 조작 기능을 모아둔 오버헤드 콘솔이 탑재됐다. 다만 한 번의 터치로 자동으로 작동되는 것이 아니어서 선셰이드가 닫힐 때까지 끝까지 누르고 있어야 해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다.
팔걸이 안에는 중량 10kg까지 버틸 수 있는 회전 접이식 테이블이 들어 있다. 마치 항공기에서 기내식을 먹을 때 펼치는 테이블을 꺼내는 것과 같았다. 테이블은 약 120도까지 젖혀지며 지문이 묻지 않는 오염방지 거울이 부착돼 있었다. 태블릿 등을 얹어 업무를 하거나 메이크업을 하기 편리해 보였다. 2열 오버헤드에는 14인치 대형 스크린이 탑재돼 넷플릭스 등 OTT를 즐길 수 있다. 셋톱박스는 옵션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차에서 내린 후 가평에서 강원 원주의 한 카페까지 약 72km에 이르는 코스를 직접 주행했다. 2330kg의 공차 중량으로 오르막길에서 힘에 부치고 모터, 엔진의 소음이 전달됐지만 정숙성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엔진이 개입될 때 부드러운 점도 장점이다. 빠른 속도로 방지턱을 넘거나 파여있는 노면을 지나갈 때도 꿀렁거림 없이 안정적인 승차감을 보여줬다. 어쿠스틱 글래스와 이중 실링 슬라이드 도어가 적용되며 100km 이상의 주행에도 풍절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2.5리터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적용됐으며 2.5리터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전기모터의 결합으로 최대 250마력의 힘을 낸다. 한번 속도가 붙자 파워풀한 주행이 가능했다. 3열 시트의 헤드레스트 때문에 백미러로 뒤를 볼 때 백미러 시야를 가린다.
안전사양은 만족스럽다. 국내에 출시한 도요타 모델 중 크라운에 이어 두 번째로 예방안전 시스템인 '세이프티 센스'가 적용됐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구간에서 속도가 빠르다고 판단될 경우 감속 어시스트가 작동하며 제동력을 더해준다.
사각지대에서 차나 사람이 지나가면 중앙 디스플레이에서 사각지대 화면을 보여주며 경고음을 낸다. 트렁크 도어는 사람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개폐를 멈춰 손끼임 방지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3열 시트를 젖혀 생기는 트렁크의 적재 공간은 생각보다 넓지 않았다.
주행을 마친 후 실 연비는 리터(L)당 13.2km로 알파드의 공인 연비(13.5km)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알파드는 무빙오피스 공간으로서 최적화된 모델로 안락하고 안전한 주행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적합한 차로 보인다. 2.5리터 하이브리드 단일 파워트레인으로 판매되며 가격은 9920만원이다. 납기까지는 약 4~5개월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