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23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9월 한 달 동안 60개국과 양자회담을 추진하고 10개 이상의 다자회담을 치르는 '초강행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세계 외교사에서 없었던 초유의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하고 "윤 대통령은 이날 스위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키르기스스탄, 모리타니, 콜롬비아, 헝가리, 이스라엘, 태국, 불가리아, 그리스, 에스와티니 등 총 11개국과 양자회담을 가졌다"고 밝혔다.
남은 순방기간에도 세인트키츠네비스, 에콰도르, 시에라리온, 북마케도니아, 네팔, 기니비사우, 슬로베니아, 아이티, 이라크, 세르비아,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 파라과이 등 12개 국가와 추가 양자회담을 갖고, 복수의 국가들과 오·만찬 일정 등을 소화한다.
뉴욕에 머무르는 4박 6일간 총 40개국과 양자회담을 하는 셈이다. 지난 5~11일 인도네시아·인도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와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계기에 20개 양자 정상회담을 한 것을 포함하면 9월 한 달간 60개국과 양자회담을 하게 됐다.
김 차장은 "유엔총회 계기에 각국 정상들과의 양자회담은 내용과 형식 면에서 치밀하게 검토한 전략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라며 "우선 부산엑스포 유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양자회담 상대 국가를 선별했다"고 설명했다.
2030엑스포 개최국을 결정하는 오는 11월 프랑스 파리 BIE(국제박람회기구) 총회를 앞두고 투표권이 있는 189개국 중 유엔총회 기간 협력관계를 끌어올릴 수 있는 국가들 위주로 교섭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 수교 후 첫 정상회담을 하는 국가들도 10여 개국에 달한다.
또한 김 차장은 "선정 후에는 이들을 정식 양자회담으로 만날지, 더 세심하게 오랜 시간을 만날 1대1 오찬으로 진행할지, 그룹별 만찬이나 오찬을 추진할지, 제한된 시간 속에서 최대한 우리가 원하는 결과와 효율을 도출할 수 있게 심사숙고해 만남의 형태를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초강행군' 배경에는 외교 실무진들의 '첩보작전'에 준하는 노력이 있었다.
유엔 본부 앞에 위치한 뉴욕 대한민국 대표부를 '양자회담장'으로 탈바꿈하고, 회담장을 2개 이상 설치해 연속 회담이 가능토록 했다. 윤 대통령이 한곳에서 양자회담을 하는 사이 다른 곳에서는 회담장 단장을 하는 방식이다. 양자회담 일정이 밀리거나 겹치지 않도록 의전 요원들이 일대에 파견돼 상대국 정상을 제시간에 모셔오는 첩보작전을 하루 종일 수행했다.
한편 순방 직전 대통령실이 예고했던 '역대 최다 양자회담 기네스북 등재'는 현실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치외교 등 정무 문제는 기네스북에서 등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한 달간 60개의 양자회담과 10개 이상의 다자회담을 치른 경험은 지난 100년간 세계사에서 없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