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시사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은 끝났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연준은 9월 '건너뛰기'(skip)를 말했지만, 시장은 이를 ‘중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고(高)유가와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학자금 상환 재개, 미 연방정부 폐쇄(셧다운) 우려 등 미국 경제가 헤쳐나갈 길이 ‘첩첩산중’인 만큼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짙다.
연준 연내 1회 더 인상 시사
20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현행 5.25~5.5%로 동결했다.
금리 동결은 예상된 바였다. 문제는 연준이 연내 한 차례 더 추가 인상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점이다. 연준은 9월 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 금리 예상치(중간값)를 5.6%로 예상했다. FOMC 위원 19명 가운데 12명은 올해 한 번 더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했고, 나머지 7명 위원은 금리 동결을 주장했다. 당분간 연준 피봇(통화정책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파월 의장은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우리는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해 정책 목표 수준으로 안정됐다고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연착륙 달성에도 자신감을 드러냈는데, 이는 이날 연준이 제시한 경제전망요약(SEP)에서도 잘 드러난다. SEP를 보면 연준은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전망을 6월의 1%에서 2.1%로 상향 조정했고, 실업률 전망치는 4.5%에서 4.1%로 낮췄다.
SEP와 점도표를 요약하면 “미국의 강력한 경제 성장으로 인해 연내 한 번 더 금리를 올리고, 향후 금리를 천천히 내리겠다”는 것이 연준의 뜻인 셈이다. 실제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강력한 것은 희소식”이라면서도 “경제가 계속 견고할 경우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많은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톰 마틴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번 FOMC 회의 결과에 대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좀 더 매파적이었다”며 “(금리는) 더 오랫동안 더 높을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뱅가드의 앤드루 패터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4년 금리 인하 횟수 감소는 이번에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 중 하나"라며 "연준이 미국 경제가 오랜 기간 높은 금리를 견딜 수 있다는 점을 더욱 확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미 경제 첩첩산중…불확실성 가중
그럼에도 시장은 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확신에 차 있다. 연준 금리 전망 추적 사이트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1월과 12월에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각각 71.6%, 53.4%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앞선다. 특히 11월 동결 가능성은 전날(70.1%)보다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연준을 향한 불신은 미국 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브렌트유 가격이 최근 배럴당 95달러 선을 돌파하는 등 국제 유가가 오름세를 유지하는 데다가 UAW의 파업이 이른 시일 내 끝날 가능성이 작아서다.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연방정부가 유예해줬던 학자금 대출 상환이 내달 1일부터 시작된다. 수천만명이 학자금을 갚느라 소비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년 미국 가계에서 최대 1000억 달러의 자금이 학자금 상환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뿐만 아니라 내달 1일 시작되는 미국의 2024회계연도가 임박한 가운데 미 의회가 예산안 처리에 난항을 겪으면서 연방정부 폐쇄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미 자산운용사 볼빈 웰스 매니지먼트의 지나 볼빈 사장은 "그 누구도, 심지어 파월조차도 4분기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고 예상했다.
파월 의장 역시 기자회견에서 경제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언급했다. 그는 고유가, 학자금 상환, UAW 파업 등 경제에 암운을 드리우는 요인 등을 언급하면서 “어떤 것도 확실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