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심화하고 있다. 전체 증권사 부동산 PF 신용공여 잔액은 7조원으로 이 중 4조원에 가까운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재무건정성 악화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상위 4개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 부동산 PF 신용공여 잔액은 7월 말 기준 7조4433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중 35.3% 수준이다.
해당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난 2분기 대손충당금 2827억원을 적립했다. 이는 지난해 말 대비 893억원(46.2%) 증가한 금액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며 하반기는 물론 내년 상반기에도 추가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증권사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충당금을 늘리면서 당장 3분기 실적은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부진에 빠진 부동산 업황뿐만 아니라 거래대금도 줄어들고 있어 리테일 부문도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황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 속에 부동산 PF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 금융위가 지난 12일 ‘제3차 부동산 PF 사업정상화 추진 상황 점검회의’에서 발표한 연체율을 살펴보면 2분기 증권사 연체율은 전 분기 대비 1.40%포인트 증가한 17.28%로 집계됐다. 2021년 말 연체율이 3.71%라는 점을 감안하면 2년 만에 약 14%포인트 폭증한 셈이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에서는 증권사 PF 손실액이 내년 상반기까지 최대 4조1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기평은 지난 18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세미나를 통해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증권사 8곳을 포함한 총 23개사 PF 현황을 분석한 결과 2조3000억~4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형사는 자기자본 대비 PF 손실 비중이 2~4% 수준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중소형사는 9~14% 수준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재무건전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태현 한기평 실장은 “금융권 부동산 PF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에 힘입어 급격한 부실화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내재적 위험이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다"며 "중소형사 재무건전성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