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불법 하도급 적발 시 원청뿐 아니라 발주자, 하청에도 책임을 물어 처벌하기로 했다. 또한 불법하도급 피해액 5배 범위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고, 과징금도 도급금액의 30% 이내에서 40% 이내로 확대한다.
국토교통부는 20일 건설현장 불법 하도급 집중 단속 결과와 함께 불법 하도급 근절 방안을 발표했다.
노무비 지급률, 전자카드 발급률이 낮은 공사 현장 등 불법 하도급이 의심되는 현장 508곳을 불시에 방문해 조사한 결과, 179개 현장(35.2%)에서 249개 건설사의 333건의 불법하도급이 적발됐다.
불법 하도급이 적발된 업체는 원청 156개사와 하청 93개사 등 총 249개사다.
무자격자·무등록자에 하도급을 준 경우가 221건(66.4%)으로 가장 많았고, 하청업체가 재하도급을 준 경우는 111건(33.3%)이었다.
현재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하청업체는 하도급 받은 공사를 재하도급할 수 없다. 다만 발주자나 수급인(시공사)의 서면 승낙 등 특정 요건을 갖출 경우에는 가능하다.
국토부는 불법하도급 근절을 위해 처벌 수준을 대폭 높이기로 했다. 우선 불법하도급 적발시 처벌대상을 해당 도급업체로 국한하던 것을 불법하도급을 지시·공모한 원도급사와 발주자로 확대한다.
또 불법 하도급 과징금을 30%에서 40%로 상향하고, 불법 하도급을 한 자에 대한 처벌수준을 현재 3년 이하 징역에서 5년 이하 징역으로 강화한다. 불법 하도급을 지시·공모한 원청 및 발주자에 대해서는 기존엔 별도의 처벌이 없었지만, 이제 5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불법 하도급을 받은 하청은 1년 이하 징역에 가해진다.
불법 하도급을 준 건설사에 대한 등록말소 기준은 5년 간 3회 처분에서 5년 간 2회 처분으로 강화한다. 기존 ‘쓰리 스트라이크 아웃제’에서 앞으로 '투 스트라이크 아웃제'로 강화되는 것이다. 등록말소 후 1.5년 간 등록제한 규정도 향후 등록말소 후 5년 간 등록제한으로 강화한다.
불법 하도급을 지시·공모하고 부실시공,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엔 피해액의 5배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물릴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새로 도입한다. 원청이 불법 하도급을 지시·공모했다면 피해액의 5배, 관리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3배 이내의 손해배상금을 부과한다.
또 불법 하도급을 확인한 발주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불법 하도급이 적발됐더라도 공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경우에만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다.
건설현장 맞춤형 표준근로계약서도 도입한다. 시공팀장이 근로자의 임금을 일괄 수령한 뒤 숙박비와 실비, 성과급 등을 제외하고 임의로 팀원에게 지급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다음달부터 11월까지 시범사업을 실시한 뒤 내년 초 표준근로계약서를 마련해 배포할 계획이다.
정부의 불법 하도급 근절 대책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은 지난 7월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로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아울러 국토부는 공공발주 공사에 대해서도 하도급 관리를 강화한다. 모든 공공공사 시공 시에 발주자는 주기적으로 현장 근로자의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가시설, 비계, 파일 공사의 도급현황과 자재·임대계약을 점검해야 한다. 현재 시공 중인 공공 공사 2만9301건부터 점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집중단속에서 적발된 불법 하도급 사례에 대해 수사의뢰를 하는 한편, 상시 단속을 위한 특별사법경찰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국토부나 지자체의 단속 공무원에게 강제 수사권한이 없어 건설사 협조 없이는 단속 작업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불법 하도급은 건물의 하자는 물론 국민의 안전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며 "형사처벌과 모니터링 단속, 계약, 임금 지불 등 핵심 고리들을 정상화해 국민에게 안전하고 하자 없는 집을 공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