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국채 보유액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또 한 번 경신했다. 중국이 달러화 매도를 통해 위안화 환율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달러 자산이 계속 축소되는 모습이다.
19일 펑파이는 미국 재무부의 월간 국제투자유동성(TIC) 보고서를 인용해 7월 중국의 미국채 보유액이 전월 대비 136억 달러 감소한 8218억 달러(약 1090조원)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지난달 기록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5월(8015억 달러) 이후 14년 만의 최저치 기록을 다시 한번 경신한 것이다.
현재 중국은 자본 유출 가속화 및 부동산 위기로 인해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는 반면 달러화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긴축 가능성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위안화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달러 매도를 통한 위안화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미국채 보유액 감소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유출된 자본 규모는 490억 달러로, 2015년 12월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달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68억 달러로 2016년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인민은행이 최근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지급준비율과 정책 금리 인하를 통한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서 위안화 평가 절하 속도는 더욱 가팔라졌다. 이처럼 위안화 약세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한 부동산개발업체를 지원한 데 따른 것이지만, 대규모 달러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에게 오히려 재정적 부담 가중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닛케이아시아는 지난 1년간 위안화 가치가 10% 가까이 절하된 가운데 중국 부동산개발업체들의 달러채 부담은 더욱 불어나고 있다고 짚었다. 위안화 환율 방어가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인 것이다.
다만 중국 당국의 위안화 환율 방어 총력전과 함께 경기도 개선의 조짐을 보이면서 자본 유출 역시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에버딘자산운용의 에드먼드 고 아시아 채권 담당 투자 이사는 “지난 12개월 동안 중국 경제 성장 둔화와 위안화 약세를 예상한 많은 자금이 빠져나갔다”며 “중국 경제가 어느 정도 안정화 조짐을 보이면서 자본 유출도 둔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향후 환율 전망은 많은 부분이 미국과 중국 간 금리 차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