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최 의원에게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되면서 허숙정 전 육군중위가 비례대표직을 이어받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8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최 의원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에서 조 전 장관의 주거지 PC에서 나온 하드디스크 등 저장매체 3개에 들어 있는 전자정보가 증거로 쓰일 수 있는지를 놓고 검찰과 최 의원 측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저장매체에서는 조 전 장관 부부가 자녀들 입시에 활용한 인턴십 확인서와 관련자들의 문자메시지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판례에 따르면 저장매체에서 전자정보 등을 탐색·추출할 때 피압수자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하는데, 이 저장매체의 '실질적 피압수자'가 누구인지가 쟁점이 됐다.
저장매체들은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씨가 조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부탁을 받고 숨겼다가 검찰에 임의제출했고, 김씨는 검찰에서 참여권을 포기했다.
최 의원 측은 "저장매체의 실사용자는 김씨가 아닌 조 전 장관과 정 전 교수"라며 "이들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하는데 검찰이 이를 지키지 않아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은 실질적 피압수자를 김씨라고 보고 저장매체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최 의원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김씨는 증거은닉 목적으로 정 전 교수로부터 하드디스크를 교부받아 정보저장매체에 대한 현실적 지배·관리 및 전자정보에 관한 관리처분권을 사실상 보유·행사하는 지위에 있고 증거은닉범행의 피의자이면서 임의제출자이기도 하다"며 "김씨가 하드디스크를 임의제출했기 때문에 김씨에게 참여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전 교수는 증거은닉을 교사하면서 하드디스크의 지배·관리 및 전자정보에 관한 관리처분권을 사실상 포기하거나 김씨에게 양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하드디스크를 임의제출 하는 과정에서 참여권이 보장돼야 할 실질적 피압수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집행유예가 확정되면서 최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됐다. 공직선거법과 국회법에 따라 국회의원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잃는다.
최 의원의 비례대표직은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5번인 허숙정 전 육군 중위가 이어 받는다. 허 전 중위는 서울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육군 30기계화보병사단에서 인사‧안전장교 등을 역임했다. 중위로 만기전역 후에는 성인 발달장애인 권익옹호활동가로 활동했다.
대법원 판결 직후 최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그간 남용된 압수수색의 절차나 피해자 인권 보장에 관해 진전있는 판결이 나오기를 기대했지만 헛된 기대가 됐다"며 "시대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그나마 남은 사법부 기능마저도 형해화시키려는 정권이나 권력의 시도가 멈추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시민으로 돌아가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 검찰개혁, 사법개혁, 국민인권보호 등 가치 실현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덧붙였다.